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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욱
  • 김동욱 등록일(수정) : 2021-09-08 23:59:21
  • [모바일] [창간특집4] 게임을 둘러싼 ‘잘못된 뇌피셜’을 바로 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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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둘러싼 ‘잘못된 뇌피셜’을 바로 잡다!






게임은 현대인에게 있어, 취미 생활의 범주를 뛰어넘어 삶의 한 귀퉁이를 차지할 정도의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놀이'로부터 비롯됐다는 태생적 한계로 인해, 기성세대들의 눈총을 받으며 자랐다. 아이들의 공부에 방해가 되는 '주적 1호'로 인식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다. 

사람들은 '늑대'라는 동물을 바람이나 피우며 악행을 일삼는 남자에 비유하지만, 이는 잘못된 선입견이다. 동물의 세계에서 늑대만큼 애처가는 없다. 배우자가 죽지 않으면 절대 재혼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오로지 일부일처를 고수하는 유일한 포유류가 '늑대'인 것이다.  

아직도 일부 기성세대들은 마치 늑대에 대한 선입견에 얽매이듯, 게임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만 바라보고 있다. 게임을 하면, 판단력이 흐려지고, 폭력적으로 변하며, 부정적인 뇌를 갖게 된다는 등 누군가 지어낸 뇌피셜에 오래도록 현혹되고 있다. 

헝그리앱은 창간 17주년을 맞아, 게임을 둘러싼 잘못된 오해를 해외의 다양한 연구 결과를 참고해 정리해 보려 한다. 



▲ 일부일처를 고집하는 유일한 포유류




(해묵은 뇌피셜1)  게임과 폭력은 연관되어 있다 

게임 속에는 과도한 폭력이나 잔인한 묘사가 일정 부분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혹자는 그런 이유로 게임을 하게 되면 폭력성이 강해진다며 억지 연관을 짓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실상을 따져보면, 그야말로 뇌피셜에 불과하다. 

과거 온라인게임을 하다가 현피를 떴다는 경험담을 종종 들은 적이 있지만, 당사자들이 게임을 했기 때문에 없었던 폭력성이 생겨나 폭력을 휘둘렀다고 볼 수는 없다. 



▲ 게임을 플레이하면 분노 게이지가 올라간단 말인가?



이 같은 해묵은 뇌피셜을 반박하는 연구 결과가 있다. 

'게임과 폭력의 연관성'에 관한 연구에서 종종 거론되는 것이 '프라이밍(마중물) 효과'라 불리는  현상이다. 이것은 사전에 알고 있는 정보(프라임) 등이 그 후에 정보(타겟) 처리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이다. 

"폭력적인 게임을 플레이하면 플레이어는 폭력적으로 변한다"라는 선입견은 결국 프라이밍 효과 의 영향이라 볼 수 있다. 

프라이밍 효과(Priming effect)를 백과사전에서 찾아보면 아래와 같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미리 어떤 것을 보고 들음으로써 다른 일을 기억하기 쉬워지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먼저 보고 들은 것들을 '프라임'이라 부른다. 영향을 받는 쪽은 '타겟'이라 정한다. 예를 들어, 게임을 하기 전에 미리 과일 이야기를 해두면, 빨강라는 말에서 '사과'나 '딸기'를 연상하기 쉽다. 

또, 자동차 이야기를 해두면 같은 빨강이라는 말에서 '교통 신호'나 '스포츠카'가 연상되기 쉬워진다. 이러한 효과가 생기는 것은 단어나 개념이 서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뭔가 교육을 할 때 먼저 시범을 보이거나 단서가 될 만한 잡담을 하고 가르치면 '프라이밍 효과'에 의해 학습 효과가 높아지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해외의 Computers in Human Behavior라는 학술지에 소개된 'No priming in video games '라는 논문에서는 게임에 의한 프라이밍 효과를 전면 부정하고 있다. 

이 논문에서는 두 종류의 게임을 플레이한 피실험자의 반응 시간을 비교하는 실험을 했다. 실험에서는 3,000명 이상의 피실험자에게 '자동차 충돌 피하기 게임'과 '쥐가 고양이에게서 탈출하는 게임'을 시켰다. 

게임을 플레이한 후 피실험자에게 '버스'나 '개' 등의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이들 이미지가 '탑승물'인지 '동물'인지 분류하도록 했다. 게임을 플레이한 행위가 프라이밍 효과의 '마중물'이 된다면 '자동차 충돌 피하기 게임'을 플레이 한 사람은 다수의 이미지 중에서 '탑승물'만은 빠르게 구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원들은 믿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예측은 빗나갔다. 

연구에 참여한 영국 요크대학 컴퓨터사이언스학과의 데이비드 젠들 씨는 "두 실험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오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자동차 게임을 플레이한 피실험자들은 탑승물 이미지를 빨리 찾기는 커녕,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늦어졌다"고 말했다. 결국 게임을 플레이했다고 해서 프라이밍 효과가 일어났다고 생각할 수는 없는 셈이다. 

연구팀은 한발 더 나아가, 보다 현실에 가까운 게임을 통해, 플레이어가 공격적으로 변하는 지도 실험했다. 이 조사에서는 게임에 사용되는 물리법칙을 활용한 '래그돌 피직스(ragdoll physics)'라는 인간의 골격처럼 만든 것을 이용해 시뮬레이션했다. 이를 통해 보다 현실감 있는 추락과 신체의 손상을 확인할 수 있는 캐릭터가 완성됐다.  

또한 실제 군인이 전투에서 활용하는 전술을 도입한 '매우 현실에 가까운 게임'을 준비했다. '매우 현실에 가까운 게임'과 '일반적인 게임'을 피실험자들에게 시켜, 게임의 리얼함이 프라이밍 효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살펴봤다.  

조사 결과는 '매우 현실적인 게임'을 한 피실험자와 게임을 하지 않은, 즉 어떤 프라임도 받지 않은 피실험자 간에는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 실험을 통해 아무리 현실감 넘치는 게임을 플레이한다고 해도 프라이밍 효과를 얻을 수는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결론적으로 게임에 '프라이밍 효과'는 존재하지 않는다. 폭력적인 게임을 플레이해서 사용자가 폭력적으로 변한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임이 밝혀진 셈이다. 





(해묵은 뇌피셜 2) 게임 하는 아이는 올바른 판단력이 떨어진다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도덕적으로 높은 '추론 능력'을 가진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또한 게임 속에 존재하는 폭력성은 도덕적 추론 능력과 긍정적 관계에 있다는 점도 판명됐다. 

* 도덕적 추론이란? 도덕적 판단을 내리는 이유와 근거를 제시하면서 올바른 판단을 하려고 하는 과정을 말한다.  

영국 남부의 본머스 대학 연구팀이 11세에서 18세까지 166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게임 플레이 습관'과 무엇이 옳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판단할 때의 사고(思考) 프로세스인 '도덕적 발달'을 측정하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폭력적인 제목이 붙여진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더 많이 플레이했다고 응답한 청소년이 도덕적 추론 능력을 측정하는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는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 과격한 게임을 많이 플레이한 아이가 올바른 판단을 하는 능력이 높았다



연구팀은 폭력적인 게임은 도덕적 추론 능력과 긍정적인 상관 관계가 있는 것으로 결론 지었다. 그러나 GTA(그랜드 셰프트 오토)나 CoD(콜 오브 듀티) 시리즈와 같은 완성도 높은 콘텐츠는 오히려 마이너스 영향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분석에서는 "게임을 하는 데 들인 시간은 어느정도인가", "게임을 한 지 몇년이나 됐는가", "게임에 몰입하는 수준", "게임의 도덕적 수준" 등이 변수로 작용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남성 피실험자가 여성 보다도 훨씬 높은 도덕적 추론 점수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는 과거의 선행 연구와도 일치하는 결과다. 또한 여성 피실험자는 남성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에 따르면 피실험 대상자 대부분이 어떤 형태로든 게임을 한 적이 있고, 남성은 여성보다 오랜 시간 게임을 플레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판명됐다. 게다가 남성은 여성보다 도덕적 추론 능력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동시에 보다 폭력적인 제목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도 밝혀졌다. 

이 연구는 더 높은 도덕적 발달에 대해 몇 가지 시사하는 바가 있다. 발달한 도덕적 추론 능력은 예를 들어 게임을 '단순한 놀이'로 간주하는 능력이 높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성과로서, 게임이 팀워크를 촉진시킬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즉, 게임 내 길드와 커뮤니티에서의 소통이 사회적 평판과 결부돼, 게이머의 높은 도덕적 추론 능력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덧붙여서, 조사에서는 피실험자 중 성숙한 도덕적 추론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은 비율은 고작 31.6%로, 그들은 17세에 불과했다. 설문 결과의 도덕적 추론 능력 점수 변화를 살펴보니, 12세에서 14세 사이에 크게 도덕적 발달을 보였다고 한다. 결국 이 시기에 아이의 도덕적 발달이 성장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구 논문의 제 1저자인 본머스대학 심리학과의 사라 호지 교수는 "폭력적인 게임에 관한 조사는 상당히 많이 진행되고 있지만, 게임과 인지 효과의 관계를 조사한 연구는 여전히 매우 적은 편이다. 이번 연구를 통해 게임을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도덕적 추론 능력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또한 "(게임을 플레이함으로써 생겨나는) 좋은 영향은 게임의 종류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균형 잡힌 식사를 하라'고 말하는 것처럼, 폭력적인 슈팅게임만 플레이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게임을 플레이하며 게임 생활의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게임을 하는 아이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올바른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음식과 마찬가지로 게임도 다양한 장르를 접하는 균형 잡힌 플레이가 중요





(해묵은 뇌피셜 3) 게임은 인간의 뇌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과학자들은 게임 플레이가 인간의 뇌와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 꽤 오래 전부터 연구해왔다. 지금까지의 연구에서는 게임을 하면 주의력과 공간 인지 능력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이 발달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게임과 관련된 연구도 점차 진보하고 있다. 뇌의 보상 시스템과 게임 의존증 등의 증상이 어떤 연관이 있는지에 대한 조사도 진행되고 있다.

게임은 점차 대중화되고 있으며, 그에 따라 게이머의 평균 연령도 서서히 높아지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게이머의 평균 연령은 35살에 달한다. 현재는 더 가파르게 상승했을 것이다.  
상당수의 게이머는 PC나 게임기 등을 사용하고 있지만, 틈나는 시간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이용해 심심풀이로 게임을 즐기는 캐주얼 게이머도 급증하고 있다.



▲ 게임을 통해 주의력과 공간 인지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게임의 대중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과학자들이 더 관심을 두는 부분은 '게임이 뇌와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여부'다. 

수년간 많은 미디어들은 "게임이 인간의 건강과 행복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Frontiers in Human Neuroscience의 마크 파라우스 기자는 "게임은 종종 그것을 뒷받침할 만한 변변한 자료도 없는 상태에서 칭찬받거나 매도돼 왔다."며 게임은 널리 플레이되고 있고, 누구나 이 주제에 강한 흥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파라우스 씨는 지금까지 공개된 '게임이 뇌의 구조와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에서 어떤 경향이 도출되는 지 파악하기 위해 116종의 과학적 연구 결과를 철저히 분석했다. 
파라우스 씨가 분석한 연구 결과 중 22종은 뇌의 구조 변화를 관찰한 것이고, 나머지는 뇌 기능이나 행동의 변화에 ​​대해 조사한 논문이었다.

이를 정리하면, 게임을 플레이하면 '뇌의 체계', 더 나아가서 '뇌 구조'를 바꿀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예를 들어, 게임을 하는 것은 인간의 주의력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일부 연구에서는 게이머의 "지속적 주의'나 '선택적 주의" 등 여러 종류의 주의력이 개선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게이머의 뇌의 영역은 주의력에 있어서 매우 효율적으로 반응하게 되어있어 어려운 작업에 대해서도 적은 뇌의 활동만으로도 주의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게임이 공간 인지 능력에 관련된 뇌의 영역을 발달시켜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예를 들어, 게이머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 모두에게 오랜 시간 게임을 시켜 양쪽의 뇌가 어떻게 변해 가는지를 조사한 결과, 게이머들 쪽에서 공간 학습 능력을 담당하는 오른쪽 해마의 발달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아직 게임이 등장하고 나서 아주 오랜 시간이 흘렀다고는 말하기 어렵고 게임이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도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게임은 주의력과 공간 인지 능력을 향상시키는 긍정적인 영향과 함께, 손쉽게 과몰입에 빠지는 부정적인 영향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에,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은 양쪽 모두를 받아 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게임은 특유의 몰입성 때문에, 대부분의 다른 행위들을 상당 기간 압도해왔다. 할 일을 제쳐두고 빠져드는 아이를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이를 막아보기 위해 지푸라기 같은 반론이라도 잡고 싶었을 법하다. 

게임을 하면, "머리가 나빠진다. 폭력적으로 변한다. 판단력이 흐려진다", 일견 그럴 듯해 보이는 수많은 뇌피셜은 수십년의 세월을 거쳐 무럭무럭 성장했다. 누구도 의심하기도 싫었고, 할 수도 없었던 '부정적 프레임'이다.  

그러나 더 이상, 근거 없는 뇌피셜로 아이들을 게임으로부터 강제로 떼어 놓을 수는 없는 시대가 됐다. 
'게임을 하고 싶은 자'와 이를 '막고 싶은 자'는 조금 더 합리적인 타협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동욱 기자 (kim4g@smartno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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