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스퀘어’의 신작 <킹덤 : 왕가의 피>가 지난 8월 21일로 CBT를 종료했다. <킹덤 : 왕가의 피>는 넷플릭스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 <킹덤>의 IP를 활용한 액션 게임이다. PC와 모바일 크로스 플랫폼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했으나 이번 CBT에는 모바일로만 참여할 수 있었다.
첫인상은 일명 ‘소울류’ 게임에 가까웠다. 액션 게임이라고 하면 흔히들 떠올리는 화려하고 스피디한 전투가 아니라, 진검승부를 펼치듯 묵직하고 긴장감 넘치는 전투가 주를 이룬다. 중간에 마주치는 잡몹A조차도 쉽게 쓰러지지 않기에 진행하는 내내 높은 몰입도가 유지된다는 점도 동일했다.
실제로 개발 단계에서도 원작을 최대한 살리는 동시에 ‘한국 전통의 미’를 보여주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 원작의 분위기도 제법 잘 살리고 있다.
원작 드라마 5화, 이창이 갈대밭에서 좀비(생사역)와 마주치는 순간은 아주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다. 어지간한 좀비물에서는 흔하디 흔하게 나오는 전투 장면. 그런데 킹덤에서는 딱 한가지 다른 점이 있었다. 바로 바람에 휘날리는 이창의 도포 자락이다. 한국 전통 복장이기에 그려낼 수 있었던 아름다운 선. 작중 시대배경과 맞물려 아무런 위화감 없이 ‘한국 전통의 미’를 드러내 보일 수 있었던 뜻깊은 장면이기도 하다.
개발을 담당하는 ‘액션 스퀘어’측에서도 이런 디테일을 게임에 자연스럽게 녹여내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예를 들면 주인공 ‘이창’의 기본 복장인 두루마기는 디자인뿐만 아니라 캐릭터의 움직임에 맞춰 옷자락이나 옷고름이 자연스럽게 휘날리는 등 세세한 부분에까지 신경을 썼다.
그뿐만 아니라 15년 이상 경력을 보유한 전통 검무 전문가가 모션 캡쳐에 참여하여, 이창이 사용하는 전통 검술을 한층 더 실감 나게 구현했다. 물론 게임이라는 장르 특성상 과장된 부분이 없진 않다. 그러나 이런 부분도 전문가와 충분한 토의를 거쳐 절충안을 마련했기에, 실제 게임에서 보여주는 액션은 상당히 자연스러운 느낌이었다.
▲ CBT에서는 이창과 아신 두 캐릭터로 플레이할 수 있었다.
▲ 흩날리는 도포 자락이 인상적이었던 원작의 한 장면.
▲ 현실적이면서도 박력 넘치는 액션이 인상적이다.
‘모바일 버전’ 이야기가 나왔을 때 많은 유저들이 우려했던 과금 요소는 CBT 단계에서는 큰 부담이 없어 보였다. 물론 정확한 내용은 게임이 출시된 후에야 알 수 있겠지만, 개발사에서 랜덤 박스 같은 뽑기는 없을 것이라고 직접적으로 언급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다.
뽑기 자체가 없는 건 아니다. 다만, 그 형태는 ‘소녀전선, 벽람항로’같은 일명 ‘코레류 게임’의 방식을 취하고 있다. 쉽게 말해 현금이 아닌 게임 플레이로 벌어들이는 재화를 사용해서 랜덤한 결과물을 얻는 방식이다.
또한, 이 재화는 직접적인 게임 플레이뿐만 아니라, ‘방치형 게임’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누적되기도 한다. 이것은 유저 피로도를 고려한 장치다. <킹덤 : 왕가의 피>에는 자동 요소가 아예 없다. 앞서 말했듯 이 게임은 플레이에 높은 집중력을 요구하는 ‘소울류’에 가깝기에, 재화를 얻기 위한 반복 플레이를 요구하는 대신 이런 방식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메인 스토리를 진행할수록 재화 획득량이 늘어나게 만드는 것으로 도전 욕구를 자극한다.
뽑기 요소는 크게 2가지로 구분된다. 무기와 기술. 무기의 경우 캐릭터마다 쓸 수 있는 무기가 고정돼 있으며, 세부 부품(칼날, 칼집, 손잡이 등)을 교체해서 성능을 높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기술의 경우 만물상에서 랜덤 교본을 구매해서 얻는 방식인데, 여기서 사용하는 재화는 남는 무기 부품 등 필요 없는 아이템을 처분해서 얻을 수 있다.
▲ 뽑기는 아이템을 제작하면 등급이 '랜덤'하게 부여되는 형태다.
▲ 스킬 뽑기에 필요한 재화는 필요 없는 아이템을 처분해서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게임의 최대 세일즈 포인트인 전투는 어떨까? 조작의 재미를 추구하기 위해 자동 요소를 모두 배제했다. 플레이를 보조하기 위해 PC 버전 클라이언트뿐만 아니라 게임 패드도 지원한다. 그 정도로 자신감을 내비친 <킹덤 : 왕가의 피>의 액션. 첫인상은 합격점이었다.
여타 액션 게임에 비해 느리긴 하지만, 대신 묵직하고 절도 있는 액션은 한낱 병졸을 공격할 때도 충분한 손맛을 안겨준다. 다수의 적을 호쾌하게 쓸어버리는 시원시원한 ‘무쌍류’ 액션과는 정반대. 한번 한번이 생사를 건 결투인 양 집중하게 만드는 긴장감 있는 전투는 확실히 매력적이었다.
전투는 크게 약 공격, 강 공격, 구르기 위주로 진행된다. 약 공격은 비교적 속도가 빠르고 적중 시 내공을 얻을 수 있다. 강 공격은 속도가 느리고 내공을 소비하는 대신 위력이 강하고 경직, 기절, 쓰러짐 등 각종 상태 이상 효과가 발생한다. 구르기는 내공을 소비하며 대략 3걸음 정도의 거리를 이동하는데, 짧은 무적시간이 있어 공격을 회피하며 파고드는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
즉, 기본적인 플레이 형태는 구르기로 적의 공격을 회피하고, 약 공격으로 조금씩 피해를 주면서 내공을 관리하고, 틈을 노려 강 공격을 적중시키는 식으로 진행된다. 단, 회피로 소비하는 내공이 제법 큰 편이고 내공이 없으면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줄어드니, 무작정 회피만 하는 것보다는 적당히 무빙을 곁들이며 적의 패턴을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일개 병사라고 우습게 보면 안 된다. 쉽지 않음.
▲ 보스전은 패턴 파악이 중요하다.
영상은 수련 모드의 보스 안현대감.
게임에 등장하는 적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좀비와 인간. 좀비는 예상치 못한 장소나 카메라의 사각에서 갑작스럽게 튀어나온다. 행동 패턴이 단순한 만큼 인간형 적보다는 대처가 쉽지만, 언제나 두 마리 이상 함께 등장하기에 방심할 수 없는 건 마찬가지다.
반면 인간형 적은 쉽게 당해주지 않는다. 당장 스토리 2장만 가도 병졸 하나조차 쓰러뜨리기가 쉽지 않다. 뻔히 보이는 공격은 막거나 피해버리는 것쯤은 기본이고, 캐릭터의 공격 딜레이를 기가 막히게 찔러 들어오는 것이 마치 사람과 싸우는 기분이 들 정도다. 심지어 중갑을 입은 적은 약 공격으로는 경직이 생기지 않기에, 마치 보스전처럼 신중하게 틈을 노려 공격해야 한다. 잡몹들도 이 정도인데 보스전은 오죽하겠는가?
이런 ‘소울류’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라면 적응에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일단 적응할 수만 있다면 여타 액션 게임과는 다른 묵직한 손맛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 좀비는 상대하기 쉽지만 항상 2마리 이상 몰려다니니 주의.
▲ 묵직하고 절도있는 액션. 익숙해지면 끝내주는 손맛을 즐길 수 있다.
다만, 이런 점들과는 별개로 전투 자체의 짜임새는 아직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다. 우선 모바일 디바이스의 특성을 좀 더 고려해야 한다.
세밀한 조작이 어려워 적을 공격할 때 종종 헛손질을 하게 된다는 점. 여타 모바일 게임보다 시점을 훨씬 자주 움직여야 한다는 점. 화면이 손가락에 가려 적의 패턴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 등 다른 게임이었으면 별문제가 되지 않았을 부분이 <킹덤 : 왕가의 피>에서는 큰 단점으로 작용한다.
그 밖에도 지형지물이 카메라를 가린다거나 맵 구석에 몰리면 카메라 시점이 강제로 클로즈업돼서 플레이가 어려워지는 등,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게임임에도 게임 내에서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지 못하는 점은 반드시 개선해야 하는 부분이다.
캐릭터의 모션이 크고 느리다는 점도 발목을 잡는 요소다. 이는 현실적이면서도 묵직하고 긴장감 있는 액션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겠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합리하게 느껴진다. 나는 느린데 적은 빠르니까. 짧은 모션으로 툭툭 치며 내 공격을 끊어버리거나, 구르기와는 비교가 안 되는 잽싼 동작으로 피해버리는 모습을 보면 도전 의식이 생기기에 앞서 불편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느릿느릿한 약 공격을 한두 대 맞히고 굴러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타격감이고 뭐고 없지 않겠는가? <킹덤 : 왕가의 피>가 장점으로 내세운 묵직하고 현실적인 액션이 오히려 이 게임의 재미를 깎아 먹고 있는 셈이다.
▲ 보스전을 치르다 보면 카메라 시점 문제가 제법 체감된다.
▲ 내 공격은 전부 느린데, 적은 가볍게 툭 쳐서 나를 넘어뜨린다. 불합리하다.
앞서 말한 요소는 필자가 CBT 기간에 체감한 것들이고 플레이에 치명적일 수도 있는 문제다. 그러나 동시에 얼마든지 개선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게임의 설계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니까. 적어도 유저들에게 무엇을 어필하고 싶어 하는 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고, 세세한 디테일이 공을 많이 들였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의 <킹덤 : 왕가의 피>는 비유하자면 날이 무딘 명검이다. 그렇다면 날을 갈아주면 문제는 해결된다. 테스트의 목적은 문제점을 확인하고 고치기 위한 것이다. 참여한 유저들의 다양한 피드백은 이미 액션 스퀘어 측에서 검토하고 있을 터. 이번 CBT에서 얻은 결과를 바탕으로 수정, 보완하여 한층 더 높은 완성도를 지닌 게임으로 거듭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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