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1월이 되면 게이머들의 시선은 부산으로 향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국내 최대 게임 축제 ‘지스타 2026’이 오는 11월 19일부터 22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다.
게임쇼를 바라보는 시선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신작 발표 영상은 유튜브에서 볼 수 있고, 개발자 인터뷰와 게임 플레이도 온라인으로 접할 수 있다. 굳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부산까지 내려가야 하느냐는 이야기가 나올 만하다.
그럼에도 올해 지스타라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공개된 라인업만 놓고 봐도 ‘직접 해보고, 직접 보고, 현장에서 함께 즐기는 게임쇼’라는 지스타 본연의 색깔이 어느 때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제1전시장부터 꽉 찼다… 시작부터 ‘대형 부스 전쟁’
올해 지스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규모다.
벡스코 제1전시장에는 100부스 이상 대형 공간 6개가 모두 채워졌다. 메인 스폰서 크랙을 비롯해 크래프톤, 호요버스, 구글플레이, 웹젠, 팀42가 대형 부스를 꾸린다.
특히 최근 게임쇼가 단순히 신작을 진열하는 공간에서 팬들이 좋아하는 IP를 직접 경험하는 ‘축제’로 변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대형 부스의 존재감은 더욱 커진다.
신작을 누구보다 먼저 플레이해보는 재미도 있지만, 좋아하는 게임의 캐릭터와 세계관으로 꾸며진 공간을 돌아보고 이벤트에 참여하고 굿즈를 챙기는 것도 지스타를 찾는 이유다.
올해는 그 경험이 제1전시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인왕 3’부터 ‘위쳐3’까지… 제2전시장도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오히려 올해 지스타에서 눈여겨봐야 할 곳은 제2전시장이다.
코에이테크모게임스, 세가, 넷이즈게임즈, CD 프로젝트 레드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글로벌 게임사들이 ‘지스타 글로벌 게임 쇼케이스’를 통해 한자리에 모인다.
코에이테크모게임스에서는 ‘인왕 3’을 비롯해 ‘와룡 2: 윙스 오브 엠버’, ‘카리아의 아틀리에 ~밤의 왕국과 추억의 이정표~’ 등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다.
세가 역시 ‘토탈워: 워해머 40,000’을 국내 최초로 공개하고 ‘크레이지 택시: 월드 투어’, ‘풋볼 매니저 27’을 선보인다.
넷이즈게임즈는 ‘원스 휴먼’과 ‘연운’ 등을 준비했고, CD 프로젝트 레드는 ‘더 위쳐 3: 와일드 헌트’와 ‘사이버펑크 2077’을 앞세운 특별한 체험 공간을 마련한다.
온라인 영상으로 보는 것과 직접 컨트롤러를 잡아보는 것은 확실히 다르다.
출시를 기다리는 게임을 누구보다 먼저 플레이하고, 개발사가 공들여 만든 부스를 직접 돌아보는 경험. 게임쇼가 여전히 오프라인에서 존재해야 하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이유다.
106개 인디게임… 뜻밖의 ‘내 게임’을 발견할 수도
대형 게임사만 보고 돌아오기에는 올해 지스타가 아깝다.
‘지스타 인디 쇼케이스 2.0: 갤럭시’에는 국내외 인디게임 개발사 106개사가 참가한다. 규모만 250부스에 달한다.
화려한 광고도, 유명 IP도 없지만 게임쇼에서 우연히 만난 작은 게임 하나가 예상 밖의 재미를 주는 경우가 있다. 개발자가 바로 눈앞에서 자신이 만든 게임을 설명해주고, 플레이어의 반응을 직접 살피는 모습 역시 인디게임 부스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다.
올해는 디볼버 디지털과 유니티를 비롯해 스팀덱, 디스코드 등 글로벌 파트너들도 참여한다. ‘유니티 AI 게임잼’ 등 새로운 게임 개발 흐름을 엿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준비된다.
유명 게임을 찾아가는 것도 좋지만 아무 정보 없이 인디게임 부스를 돌아다니다 ‘보물’을 하나 발견해보는 것도 올해 지스타를 즐기는 방법이다.
게임만 하고 집에 간다? 올해는 오디토리움도 가보자
3년 만에 대형 e스포츠 무대로 돌아오는 벡스코 오디토리움도 올해 지스타의 또 다른 볼거리다.
11월 20일부터 22일까지 ‘오버워치 챔피언스 시리즈 아시아 스테이지 3 그랜드 파이널 2026’이 열린다.
한국과 일본, 퍼시픽 지역의 강팀들이 아시아 최강 자리를 놓고 맞붙는다. 수많은 관중이 한 공간에서 같은 경기를 바라보며 환호하는 e스포츠 특유의 분위기는 온라인 중계로는 완전히 전달하기 어렵다.
제2전시장에서는 ‘2026 게임문화축제’도 함께 열린다. 게임과 K-컬처를 접목한 전시부터 국악과 함께하는 게임 OST 공연까지 준비돼 게이머뿐 아니라 가족 단위 관람객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게임 좋아한다면 하루가 오히려 짧을 수도
조금 더 깊은 게임 이야기를 듣고 싶은 유저에게는 ‘G-CON 2026’도 있다.
‘마크로스’를 40년 넘게 이끌어온 카와모리 쇼지와 ‘블루 아카이브’ 김용하 본부장의 만남부터 ‘하데스’, ‘리틀 나이트메어’, ‘퍼시픽 드라이브’ 개발자들의 이야기, 펄어비스 ‘붉은사막’ 개발진의 세션까지 준비돼 있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을 넘어 ‘이 게임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를 궁금해하는 사람이라면 또 다른 재미를 발견할 수 있다.
결국 올해 지스타는 하나의 ‘킬러 콘텐츠’를 보러 가는 행사라기보다 하루 종일 벡스코를 돌아다니며 각자 다른 재미를 찾는 거대한 게임 놀이터에 가깝다.
제1전시장에서 대형 게임사들의 신작을 체험하고, 제2전시장에서는 글로벌 기대작과 인디게임을 찾아다닌다. 잠시 오디토리움으로 이동해 e스포츠 경기를 보고, 좋아하는 개발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가능하다.
온라인으로 게임 정보를 얻는 것이 너무나 쉬워진 시대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수많은 게이머가 한곳에 모여 아직 출시되지 않은 게임을 먼저 만져보고, 좋아하는 IP 앞에서 사진을 찍고, 처음 보는 게임을 발견하고, 함께 환호하는 경험은 더 희소해졌다.
11월 19일부터 나흘간 부산 벡스코.
올해 지스타를 두고 “갈까 말까” 고민하고 있다면, 현재 공개된 라인업만으로도 부산행을 고민해볼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무엇보다 지스타는 인터넷으로 ‘보는 것’보다 직접 가서 놀아야 제맛인 게임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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