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에 서 있으면 법정을 휘어잡는 든든한 아군, 오른쪽에 서 있으면 짜증 나는 악덕 검사. 역전재판 시리즈의 인기 라이벌 캐릭터 ‘미츠루기 레이지’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 <역전검사 1&2 미츠루기 셀렉션(이하 역전검사)>가 자그마치 한국어 버전으로, 그것도 1탄과 2탄을 합친 완전판으로 한국 팬들을 찾아왔다.
많은 팬으로부터 슈퍼 로봇 대전, 아이돌 마스터와 더불어 한국어 정식 발매가 어려울 것으로 점쳐졌던 ‘역전재판’ 시리즈. 그러나 지난 2013년 스마트폰 버전 ‘역전재판 123 HD’가 한국어로 정식 출시되면서 시리즈 한국어화의 희망이 피어오르기 시작했고, ‘역전재판 123’과 ‘역전재판 456’에 이어 <역전검사> 까지 한국어로 만날 수 있게 됐다.
<역전검사>는 다른 ‘역전재판’ 시리즈와는 달리 법정 파트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변호사인 나루호도나 오도로키가 아닌, 검사인 미츠루기 입장에서 스토리가 진행되기 때문. 그런 만큼 게임 장르가 법정 배틀이 아닌 ‘추리 어드벤처’로 변경됐는데 실제로도 사건 현장을 수사해 범인을 찾아내는 추리 게임 형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팬들 사이에서 최고의 역전재판 시리즈를 논할 때 반드시 거론되는 명작인 <역전검사>. 그 역작을 한국어로 다시 마주할 수 있게 해준 두 명의 주역, ‘하시모토 켄이치’ 프로듀서와 ‘니시다 슌스케’ 프로듀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 니시다 슌스케 프로듀서
▲ 하시모토 켄이치 프로듀서
Q. <역전검사>가 발표됐을 때 전 세계 팬들의 반응이 열광적이었습니다. 이번 타이틀의 출시를 맡게 된 소감은 어떤가요?
- 니시다 : 예상 이상으로 열광적인 반응에 놀랐습니다. 역전 시리즈의 해외 인기가 높아지는 상황이기에, 일본어 이외의 언어로도 플레이할 수 있게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팬들의 반응이 기쁘고 담당자로서도 뿌듯함과 보람을 느끼면서도 그 이상으로 책임감을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Q. <역전검사>를 처음 기획할 때 ‘역전재판’ 시리즈와의 차별점을 어떻게 두려고 하셨나요?
- 니시다 : <역전검사>는 ‘역전재판’과는 다른 접근 방식의 게임을 만드는 컨셉이었습니다. 미츠루기다움을 보여주기 위해 검사의 활동을 위한 시스템으로 되어 있습니다. 물론 역전 시리즈의 친숙한 요소를 비롯해 진지함과 코믹함이 모두 어우러진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비슷합니다.
Q. 이번 작품은 ‘역전재판 456’ 이후 상당히 빠르게 출시됐습니다. 빠른 출시를 결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 니시다 : 2022년 중반부터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가능한 한 빨리 유저분들께 선보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역전재판 456’은 다른 팀에서 먼저 작업을 시작한 프로젝트였습니다. 개발이 끝난 시기가 비교적 비슷해졌을 뿐 특별히 출시일을 맞춘 것은 아닙니다.
Q. ‘역전검사1’과 ‘역전검사2’ 합본 컬렉션으로 개발하면서 현지화까지 진행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개발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 니시다 : 우선 그래픽 개발에서 힘들었던 건 미니 캐릭터의 풀 HD 화였습니다. 배경, 이벤트 신, 증거품 등을 각국 언어로 현지화 하는 작업도 손이 많이 갔죠. 팸플릿이나 거리의 간판에 이르기까지 컬처라이즈를 하면서, 동시에 가로로 긴 풀 HD 화면으로의 대응까지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오리지널 버전에서 중간에 끊어져서 보이지 않았던 신문의 표지라거나, 글자가 너무 작아서 읽을 수 없었던 문자 등을 각국의 언어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것을 모든 언어 버전과 모던/클래식 양쪽에 반영시키는 것은 상당히 고생이었습니다.
▲ 모든 캐릭터를 HD화 하는 작업이 힘들었다고 한다
Q. <역전검사>는 캐릭터들이 직접 돌아다니면서 수사를 합니다. ‘역전재판’과는 다른 방식인데 개발 과정에서 이로 인한 어려움이 있었을까요?
- 니시다 : <역전검사> 시리즈는 두 편 합쳐서 100명이 넘는 캐릭터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방대한 양의 캐릭터 애니메이션이 필요합니다. 오리지널 버전에서는 도트 그림으로 그려져 있던 이 애니메이션을 풀 HD 환경에 맞게 모두 다시 만드는 작업은 쉽지 않았습니다. 양이 너무 많아서 완성할 수 있을지 불안할 정도였죠.
오리지널 버전의 도트 그림과 풀 HD 환경은 해상도의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최종적인 디자인의 방향성이나 실장 스타일에 대해 다양한 검토가 필요했습니다. 최종적으로 오리지널 버전의 캐릭터 디자이너인 이와모토 타츠로씨에게 모든 캐릭터의 디자인 감수를 부탁하여 지금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또한, 각 캐릭터의 키 포즈를 추가함으로써 오리지널 버전 이상으로 매끄럽게 움직이는 모습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Q. 이번 작품도 RE 엔진을 활용해서 개발했나요?
- 니시다 : 이번에는 모바일 버전의 ‘역전검사 1’, ‘역전검사 2’를 베이스로 하고 있습니다. 모바일 버전은 Unity 엔진을 사용하여 만들어졌기 때문에 원활한 이식을 위해 같은 엔진을 사용했습니다.
Q. BGM을 오리지널과 어레인지 버전 중 원하는 쪽을 고를 수 있고, 게임 화면도 모던/클래식 모드 중에서 고를 수 있게 해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유가 무엇인가요?
- 니시다 : 원작의 도트 퀄리티가 높고, 과거의 느낌 그대로 플레이하고 싶어 하는 유저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원작의 형태를 남겨두고 전환 사양으로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또한, 각각의 모드로 플레이를 해보시면 캐릭터가 극적으로 바뀐 부분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Q. <역전검사>의 현지화를 결정한 시점은 언제였나요? 그리고 현지화 시 특별히 주의를 기울인 부분이 있다면?
- 니시다 : 본 작품의 한국어 현지화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결정된 사항이었습니다. 앞서 출시된 ‘역전재판 123’, ‘역전재판 456’도 한국에서 많은 유저분들이 즐겨주셨기 때문에 <역전검사>에도 한국어를 추가했습니다.
현지화는 트릭을 푸는 것은 물론이고 농담이나 말장난까지도 현지 유저가 똑같은 친숙함을 느낄 것, 그리고 어떤 연령층이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을 의식하면서 작업했습니다.
게임으로서 일본어와 똑같은 재미가 전해주도록 대화 중의 연출 타이밍 등도 각 언어에 맞게 조정하고 있으며, 배경이나 증거품 등에 있는 문자도 모두 현지 언어로 읽을 수 있도록 신경을 썼습니다.
▲ 배경이나 증거품 등에 적힌 문자도 모두 현지화 되어 있다
Q. 기존 시리즈와는 다른 <역전검사>만의 특징을 소개하자면?
- 니시다 : 이번에는 ‘역전재판’에서 라이벌 검사였던 미츠루기 레이지를 ‘직접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스토리는 미츠루기가 사건의 중심이 되어 전개되는 경우가 많고, 내용 자체도 검사로서의 갈등과 신념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미츠루기를 직접 조작하면서 그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작품의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역전재판’과는 수수께끼를 풀어나간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역전검사>는 천재 미르추기 레이지 다운 발상과 전개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만큼 기존 시리즈와는 방향성이 다른 매력을 갖춘 작품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Q. 스토리만을 즐길 수 있는 모드가 추가된 점이 인상 깊었는데 이 기능을 도입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 니시다 : '역전재판 456'에서 해당 기능을 먼저 선보였습니다. 평판이 꽤 좋았기 때문에 <역전검사>에도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Q. 백로그, 스토리 모드, HD 스프라이트 등 이미 공개된 것 외에 새롭게 추가된 요소가 있을까요?
- 니시다 : 게임 기동 시의 타이틀 런처에도 힘을 주었습니다. 스토리 진행에 맞춰 배경이 변하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특정 기간에만 표시되는 타이틀도 있으니 이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입니다. 타이틀에서 나오는 BGM도 인기곡인 ‘추구’ 2곡을 합친 신곡이니 꼭 즐겨 주셨으면 합니다.
▲ 스토리 진행에 따라 타이틀 화면도 달라진다
위 타이틀은 '역전 에어라인' 스토리에서 나타나는 화면
Q. 이번 <역전검사>를 통해 역전재판의 정규 시리즈가 모두 리마스터로 발매됐습니다. 이후 신작이나 후속작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 하시모토 : 기존 작품들을 현행 플랫폼으로 플레이할 수 있게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리메이크 타이틀을 즐겨주시는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Q. 모든 역전재판 시리즈의 통합 컬렉션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 있나요?
- 하시모토 : 현재는 없습니다.
Q. 예약구매 특전으로 제공되는 어레인지 BGM의 선정 기준이 궁금합니다. 그리고 해당 악곡들의 어레인지 방향은 어떻게 설정했는지도 설명해 주세요.
- 니시다 : 어레인지 버전은 모두 대결 중의 BGM을 선택했습니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도 어레인지 버전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단, BGM 본래의 인상이 달라지지 않도록 원곡 자체에 큰 변화를 주지는 않는 선에서 어레인지를 진행했습니다.
본래는 예약 특전으로 10곡을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이 BGM으로 게임을 플레이했더니 대결 장면이 너무 멋있게 느껴져서, ‘역전검사 1’의 5곡은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쪽으로 변경했습니다. 마스터업 2주 전이었는데 프로그래머에게 급하게 부탁했죠.
Q. 온라인 라이브 서비스 게임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패키지 게임으로 장수 IP를 만든 비결이 있다면?
- 하시모토 : 매력적인 캐릭터, 흥미로운 미스터리, 그리고 역전했을 때의 상쾌함. 이런 중요한 포인트를 놓치지 않는 것이 비결이라 생각합니다.
Q. ‘역전재판’ 시리즈 20주년 인기투표에서 미츠루기 검사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요?
- 니시다 : 평소에는 쿨하고 멋있는 천재 검사이지만, 가끔 얼빠진 일면을 보여주는데 그 갭이 미츠루기의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역전검사>에서도 쿨한 모습을 유지하지만, 이토노코기리 형사나 천진난만한 미쿠모에게는 다른 일면을 보여주곤 하는, 알면 알수록 좋아하게 되는 캐릭터입니다.
▲ 주인공을 제치고 당당히 1위를 차지한 미츠루기
Q. <역전검사>의 명대사들 중 좋아하는 가장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 니시다 : <역전검사>로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유저분들도 계실 거로 생각하기에 대사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로 시류 등장 신의 대사를 매우 좋아합니다. 등장 신 외에도 멋진 대사를 다양하게 말해주는 캐릭터입니다.
Q. 마지막으로 한국의 팬 여러분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니시다 : 팬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소식 발표 후 한국의 반응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이번 작품은 플레이하기 쉽게 만들었습니다. 이미 플레이해 보신 분들도 다시 한번 즐길 수 있도록 수사 파트의 캐릭터 그래픽을 새로 만드는 등 많은 부분에 신경 쓰고 있습니다.
<역전검사>는 미츠루기의 매력을 끝까지 즐길 수 있는 타이틀입니다. 미츠루기 이외의 캐릭터도 역전 시리즈다운 개성과 매력을 갖추고 있으니 꼭 즐겨 주세요. 갤러리 모드도 당시의 설정 자료나 BGM 등으로 충실히 채워져 있으니 구석구석 맛보셨으면 합니다.
▲ '이의있음!', 마무리는 역전 시리즈 시그니처 대사로
신수용 기자(ssy@smartno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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