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언제나 총성과 폭발로 기억된다. 그러나 그 한가운데에는 이름 없는 수많은 가족과, 아이의 손을 놓지 않으려는 부모의 이야기가 있다. ‘파더후드(Fatherhood)’는 바로 그 시선에서 출발한 내러티브 어드벤처 게임이다.
This War of Mine, INSIDE, The Last of Us에서 영감을 받은 이 작품은, 폐허가 된 도시 속에서 시각장애를 가진 딸을 지키려는 한 아버지의 여정을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으로 그려낸다. 이 게임이 집중하는 것은 전투의 승패가 아니라, 세상이 무너질 때 민간인이 감내해야 하는 감정의 무게다.
현실의 비극에서 태어난 이야기
‘Fatherhood’의 출발점은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에 널리 공유되며 많은 이들의 마음을 무너뜨린 한 영상이었다. 시리아 내전 한복판에서, 한 아버지가 폭탄이 떨어질 때마다 어린 딸에게 웃도록 가르치는 장면이다. 전투기 소리가 하늘을 가르고 폭발이 땅을 흔들 때마다, 공포 대신 웃음이 터져 나온다. 아이를 보호하기 위한 아버지의 선택이었다. 그 장면은 다정하면서도 참혹했고, 개발자들에게는 되돌릴 수 없는 전환점이 됐다.
Persis Play Studio의 CEO 마흐디 사드리는 이렇게 말한다.
“그 영상은 잔혹한 진실을 마주하게 했습니다. 전쟁에서 아이를 지킨다는 건, 몸만 보호하는 일이 아닙니다. 때로는 아이의 마음을 지키기 위해, 아이가 인식하는 현실 자체를 바꿔야 합니다. 진짜 현실이 너무 견딜 수 없기 때문이죠. ‘Fatherhood’는 바로 그 모순 위에 세워진 이야기입니다. 모든 것이 무너지는 세계 속에서, 아무것도 안전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아이의 안전감을 지켜내려는 부모의 싸움 말입니다.”
이 모순은 이야기뿐 아니라, 게임의 모든 핵심 시스템을 관통한다.
아버지가 되어 선택한다
플레이어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도시를 딸의 손을 잡고 건너는 아버지가 된다. 총알 소리, 붕괴되는 건물, 적대적인 검문소. 이 모든 위험은 아이에게 닿기 전에 해석되고, 완화되어야 한다. 게임은 안전, 진실, 보호, 희생 사이에서의 선택을 끊임없이 요구한다. 그리고 그 선택은 단지 생존 여부만이 아니라, 딸이 이 전쟁을 어떻게 ‘경험하며’ 살아남는지를 바꾼다.
당신의 행동은 곧 그녀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이 된다.
감정으로 작동하는 게임플레이
‘Fatherhood’는 전례 없는 부녀(父女) 상호작용을 중심에 둔다. 딸은 전적으로 플레이어의 존재에 의존한다. 손을 잡아 길을 안내하고, 위험 앞에서 안심시키며, 공포가 밀려올 때는 포옹으로 마음을 진정시켜야 한다. 이 ‘포옹 메커닉’은 단순한 연출이 아니라 생존의 핵심이다. 때로는 아버지 자신의 안전을 내놓는 선택이, 딸의 마음을 지키는 유일한 길이 되기도 한다.
무너져가는 실제 전쟁 지역에서 영감을 받은 2.5D 도시를 가로지르며, 게임은 전쟁이 수많은 가족에게 남긴 삶의 흔적을 담담하게 비춘다.
킥스타터와 함께 공개되는 데모
‘Fatherhood’는 다가오는 킥스타터 캠페인과 함께 공개 데모를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 프리론치 페이지가 공개되어 있으며, 개발팀은 플레이어와 미디어, 그리고 이 이야기에 공감하는 모든 이들에게 페이지를 팔로우하고 공유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 게임은 전쟁을 다루지만, 궁극적으로는 사랑과 보호, 그리고 부모가 아이에게 남기고 싶은 세계의 얼굴에 대한 이야기다. 총성이 잦아든 뒤에도 오래 남는,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전한다.
등록순 최신순 댓글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