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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수용 등록일(수정) : 2024-09-26 17:4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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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이머썰] 선 넘은 ‘팰월드’, 무엇이 닌텐도의 역린을 건드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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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팰월드는 선을 넘었다”

지난 19일, 닌텐도가 ‘팰월드’의 개발사 포켓페어에 특허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닌텐도는 포켓페어에 침해 행위의 중지 및 손해 배상을 요구하며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당사의 브랜드를 포함한 지적재산 침해행위에 대해 지속적으로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이에 포켓페어는 “소송에 대한 통지는 받았으나 어떤 특허를 침해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전달받지 못했다”며 “소장을 수령하는 대로 필요한 대응을 진행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이와 함께 현시점에서는 침해 범위를 확인할 수 없기에 ‘팰월드’ 서비스 중단 혹은 변경 예정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 담백하게 소송 사실만을 통보한 닌텐도의 입장문


게이머들의 반응은 대체로 “올 것이 왔다”는 쪽입니다. ‘팰월드’의 팬층을 비롯한 일부에서는 이를 대기업의 횡포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만, 대다수의 여론이 닌텐도의 손을 들어주고 있습니다. 오히려 왜 이제야 소송을 걸었는지 궁금해하는 목소리가 더 클 정도입니다.

실제로 ‘팰월드’가 출시된 1월에는 온갖 커뮤니티에서 논쟁이 분분했습니다. ‘포켓몬스터’와의 디자인적 유사성 같은 대표적인 사례는 물론이고, 전반적인 시스템이 ‘ARK: Servival Evolved’와 비슷하다거나 오픈월드 구성이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를 연상시킨다는 등 온갖 표절 의혹이 나왔으며 이는 지금도 해소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포켓몬 컴퍼니에서는 ‘팰월드’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특정 게임에 대한 포켓몬 IP 활용을 허가한 적이 없으며 침해 행위에 대해서는 적절히 대응하겠다”며 우회적인 경고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 사실 ‘팰월드’ 출시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이쪽입니다


일본 내에서 닌텐도 법무팀의 위상은 디즈니에 비견됩니다. 닌텐도에 소송을 당했다면 기도하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입니다. 실제로 닌텐도 법무팀의 승소율은 상당히 높은 편인데 여기에는 확실히 이길 수 있는 소송만 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소송을 걸었다는 것은 곧 이길 자신이 있다는 뜻입니다.

중요한 것은 소송 내용이 저작권이 아닌 특허권 침해라는 점입니다. 비단 게임에만 한정되는 사실은 아닙니다만, 특히나 게임에서는 저작권 침해를 인정받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마리오 카트’ IP를 무단 사용했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 ‘마리카’와의 소송전만 봐도 그렇습니다. 닌텐도가 승소하긴 했으나 저작권법이 아닌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판결이 내려졌으니까요.

‘팰월드’도 마찬가지입니다. 게이머의 시선에서야 여지없는 표절이겠지만, 저작권법 위반 소송으로는 오히려 승소 확률이 낮습니다. 반면 특허권은 다릅니다. 적극적으로 휘두르지 않을 뿐, 닌텐도가 보유한 특허의 수는 특허 괴물이라 불리는 ‘코나미’와도 견줄 수 있는 수준입니다. 심지어 그 중 상당수가 ‘게임에 적용되는 기본 문법’으로 연결되는 만큼 어떤 게임사도 완벽하게 피해가기는 어렵습니다.


▲ 이정도 유사성으로도 저작권법에 인정받기는 어렵습니다


아직 포켓페어측에 소장이 전달되지 않았기에 어떤 특허를 침해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현시점에서 추정되는 것으로는 크게 두 종류가 있습니다. 바로 ‘7398425번 오브젝트 포획’과 ‘7349486번 오브젝트 탑승’에 대한 특허입니다.

그중 7398425번 특허는 ‘포켓몬스터’의 핵심 요소인 몬스터 볼을 던져 포켓몬을 포획하는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간소화되긴 했으나 이는 팰월드에서도 차용한 시스템입니다.

더욱이 닌텐도는 ‘팰월드’ 출시 후 위의 두 특허에 대해 ‘분할출원’을 신청했고 이미 승인됐습니다. 일반적으로 특허의 범위가 넓을수록 승소는 어려워집니다. 일본에서는 특허 침해 소송 시 분할출원을 통해 특허의 범위를 좁히는 것으로 승소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을 주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현재 진행 중인 코나미와 싸이게임즈의 소송전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코나미는 분할출원을 통해 1개의 특허를 무려 14개로 쪼갰습니다. 심지어 더 쪼갤것 처럼 보입니다. 특허 적용 범위가 좁아지면 침해 사실이 보다 명확해지고 이를 인정받기도 쉬워지기 때문입니다.


▲ 오브젝트 포획과 관련된 7398425번 특허

▲ 오브젝트 탑승과 관련된 7349486번 특허


이쯤 되면 닌텐도가 작정하고 ‘팰월드’를 밟아버리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닌텐도의 역린을 건드린 걸까요? 특허권 침해 소송 이후 닌텐도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추측의 영역으로, 현시점에서는 ‘팰월드 IP 사업 확장’이 결정적이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지난 행보를 돌아보면 닌텐도가 특허를 휘둘렀던 경우는 대부분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한 방어 목적이 강했습니다. 단순히 게임의 유사성 정도로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심지어 그 유사성의 범위도 무척이나 관대한 편입니다. 국내에서 잘 알려진 ‘카트라이더’ 사례를 비롯해 ‘포켓몬스터’와 거의 유사한 ‘크리스탈 몬스터’라는 타이틀의 자사 게임기 출시를 허용하기도 했을 정도니까요.

이런 과거가 있기에 지적재산권 관련 분쟁에서 게이머들은 대체로 닌텐도의 손을 들어줍니다. “쟤가 화를 낼 정도면 니가 잘못했겠지” 같은 느낌입니다. “포켓페어가 욕심부리지 않고 게임에만 집중했다면 닌텐도도 눈감아 줬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도는 실정입니다.


▲ ‘팰월드’ IP 사업 확장이 결정타였다는 추측이 지배적입니다


하지만 IP 사업으로 넘어가면 이야기는 다릅니다. ‘포켓몬스터’ IP 사업의 주요 매출은 상품 판매에서 나옵니다. 50%를 훌쩍 넘습니다.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6% 정도로 상품 판매 매출의 1/3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팰월드’가 이 영역을 넘보고 있습니다.

포켓페어는 지난 7월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 애니플렉스와 공동으로 ‘주식회사 팰월드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IP 사업을 확장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닌텐도 입장에서는 훔쳐 간 물건을, 경쟁사와 손을 잡고, 심지어 원주인 옆에서 팔겠다는 말처럼 들릴 테니 눈이 돌아가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 피카츄 옆에 이 인형들이 놓일 수도 있다? 닌텐도가 분노할 만 합니다


소송 통보 후 포켓페어가 발표한 입장문도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 자사를 ‘인디 게임 개발사’로 지칭하며 “게임 개발 외의 문제에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지만, 인디 게임 개발자들의 자유로운 발상이 위축되거나 단념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한 발언이 인디 게임 개발자들을 자극한 것입니다.

한 인디 게임 개발자는 SNS를 통해 ‘포켓페어가 인디라면 나는 동인인가’라는 한탄글을 올리기도 했는데, 한나절 만에 100만 조회수를 달성할 정도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대기업과 손을 잡고 각종 사업활동을 전개 중인 회사가 인디 게임을 방패로 쓰는 모습을 바라보는 게이머들의 시선도 곱지 않습니다.


▲ SNS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포켓페어의 입장문


이런 와중에 ‘팰월드’의 플레이스테이션5 버전이 출시됐습니다. PS스토어를 통해 전 세계 68개 지역에 판매를 시작했으나 일본은 판매국에서 제외됐습니다. 추후 발매 시기도 미정입니다. 이 또한 이번 소송의 영향인 듯합니다.

이후 포켓페어는 어떤 움직임을 보일까요? 닌텐도가 본격적으로 칼을 뽑아 든 이상 앞날이 그리 순탄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모쪼록 게이머들에게까지 피해가 퍼지지 않도록 잘 마무리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신수용 기자(ssy@smartno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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