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어, 짜릿해, 늘 새로워”. 기자라는 직업 덕분에 얻을 수 있었던 사전 시연의 기회. 넥슨이 야심 차게 준비 중인 신작 <슈퍼바이브>를 약 3시간가량 플레이해 본 후 필자가 느낀 감상입니다.
<슈퍼바이브>는 ‘리그오브레전드’, ‘발로란트’, ‘오버워치’를 만든 베테랑 개발자들이 선보이는 게임입니다. 북미, 유럽 권역에서 50여 차례의 테스트를 거치며 게임성을 검증받은 바 있으며, 국내에서도 이달 20일부터 1차 클로즈 알파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지난 6월에 공개된 트레일러 영상을 통해 확인한 <슈퍼바이브>의 모습은 UI, 맵, 스킬 구조 등 여러 면에서 리그오브레전드의 뉘앙스를 풍겼습니다. 한 번에 여러 팀이 경쟁하는 ‘배틀로얄’ 장르라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긴 하지만, 그 점을 고려하더라도 리그오브레전드의 냄새를 완전히 지울 수는 없었습니다.
이는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슈퍼바이브>를 개발한 ‘띠어리크래프트게임즈’는 라이엇게임즈 부사장을 역임한 조 텅(Joe Tung)을 필두로, 라이엇게임즈와 블리자드 출신 개발자들이 다수 모인 개발사이기 때문이죠. 그래서인지 캐릭터 디자인에서는 오버워치의 디자인 스타일이 엿보이기도 했습니다.
▲ UI는 ‘리그오브레전드’와 비슷합니다
▲ 그리고 캐릭터 디자인은 ‘오버워치’의 느낌을 물씬 풍깁니다
리그오브레전드의 시스템과 오버워치의 캐릭터 디자인에 배틀로얄이라는 규칙을 적용한 게임. 특이하긴 했지만 딱히 신선하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MOBA에 배틀로얄을 접목한 장르라면 이미 ‘리터널 리턴’이라는 사례가 있기도 했고요.
그런데 웬걸? 직접 체험해 본 <슈퍼바이브>의 모습은 필자의 첫인상과는 아주 달랐습니다. 플레이 감각으로 치자면 ‘에이펙스 레전드’로 대표되는 배틀로얄 히어로 슈터 쪽에 가장 가까운 듯합니다. 조작 체계도 비슷합니다. WASD로 캐릭터를 움직이고, 마우스로 조준 및 사격을 하고, 그 밖의 단축키로 스킬과 아이템을 사용하죠. 거기에 파밍과 레벨업이라는 RPG 요소까지 어우러지며 제법 독특하면서도 밀도 있는 플레이를 선사합니다.
▲ 실제 플레이 감각은 ‘슈터’ 장르에 가장 가까웠습니다
게임의 근간을 이루는 장르는 슈터지만, <슈퍼바이브>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재미는 MOBA 혹은 히어로슈터에서 기인합니다. 팀원 개개인에게 주어진 역할, 그것에 맞게 설계된 캐릭터, 이를 활용한 팀플레이 등 게임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결정적인 요소들이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좀 더 간단히 말하자면 <슈퍼바이브>는 양 팀이 본격적으로 맞부딪히는 팀 파이트, 일명 ‘한타’라 불리는 영역만을 따로 떼어낸 듯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해당 장르에서 가장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순간을 말이죠. 다만, <슈퍼바이브>의 교전은 비교적 오래 이어지는 편입니다. 전투 시스템이 논 타깃 슈터 기반인 만큼 플레이어의 실력이 개입될 여지도 더 많습니다.
▲ 끝없이 이어지는 교전이 이 게임의 최대 매력입니다
매치가 시작되면 리더로 지정된 플레이어가 맵에서 시작 위치를 지정합니다. 시작 위치는 수송선 이동 경로 내 일정 범위로 제한되며, 별도의 강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지정한 위치에 거의 곧바로 착륙합니다. 강하 과정에서 캐릭터를 조작해 원하는 지점으로 이동할 수 있는 여타 배틀로얄과는 다른 방식입니다.
이는 플레이어가 분포되는 범위를 좁혀 적극적인 교전을 유도하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강하 전까지 다른 팀의 정보가 일절 제공되지 않기도 하고요. 실제로 한 번은 강하 직후에 다른 팀과 마주친 적도 있습니다. 다만, 제대로 된 장비와 스킬을 갖추지 못한 초반에는 서로를 쓰러뜨리기가 어려워 큰 교전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 지도에서 시작 위치를 선택하면 자동으로 강하까지 진행됩니다
▲ 강하 포드는 거의 수직으로 내려꽂힙니다
전장 곳곳에는 몬스터가 자리잡고 있으며 이를 처치하면 경험치와 장비를 얻습니다. 몬스터 외에도 보물상자, 보급소, 상점, 비밀금고 등 다양한 육성 방법이 제공되는데요. 특히 보스 몬스터를 처치하거나 비밀 금고를 열면 상위 장비를 한 번에 얻을 수도 있습니다.
그 밖에도 전장에는 팀을 재정비할 수 있는 베이스캠프, 일정 범위 내 적을 찾아주는 펄스 비컨, 사망한 팀원을 부활시키는 ‘부활 비컨’ 등 플레이에 변수를 만들어내는 다양한 오브젝트가 배치돼 있습니다. 특히 베이스캠프는 주변 넓은 범위의 시야를 제공해 주는 만큼 근처에서 교전이 시작될 시 상당히 유리하게 전투를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
▲ 매치 초반은 몬스터 사냥 위주로 진행됩니다
▲ 다가올 교전에 대비해 레벨을 올리고 장비를 파밍해야합니다
전장은 일명 ‘전장의 안개’라 불리는 반투명 그림자로 가려져 있습니다. 시야는 캐릭터 주변 일부와 캐릭터가 바라보는 방향으로만 제공됩니다. 그마저도 지형에 의해 막히는데요. 낮은 곳에서는 높은 곳을 확인할 수 없고, 벽이나 기둥 같은 장애물 너머도 보이지 않습니다.
또한, 투사체를 발사하는 공격은 대부분 장애물에 가로막힙니다. 이는 즉 은엄폐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시야를 절묘하게 이용해 상대의 추적을 벗어나거나, 장애물을 활용해 공격을 막아내는 식으로 말이죠. 더욱이 이 게임에는 점프가 존재하므로, 몰래 벽을 뛰어넘어 후방을 급습하는 등의 변칙적인 플레이도 가능합니다.
점프 외에도 Z축을 활용하는 이동 수단으로 활공이 제공됩니다. 점프 키를 누르고 있으면 게이지가 모두 소진되기 전까지 공중에 떠서 이동할 수 있는데요. 고저 차가 있는 곳이나 절벽 같은 지형을 손쉽게 넘어갈 수 있습니다. 대신 활공 중에 공격받으면 즉시 스턴에 걸리는 리스크가 있습니다. 바닥이 없는 지형에서 스턴에 걸리면 곧바로 추락사를 당하니 주의해야 합니다.
▲ 투사체는 벽에 막히기에, 벽을 끼고 싸우는 편이 유리합니다
▲ 점프와 활공으로 지형을 일부 무시하고 이동할 수 있습니다
<슈퍼바이브>에는 총 5개의 포지션이 존재합니다. 높은 화력으로 적에게 피해를 주는 ‘파이터’, 적의 진영을 붕괴시키는 ‘이니시에이터’, 방어 능력을 갖춘 최전방 공격수 ‘프론트라이너’, 아군에게 다양한 버프를 제공하는 ‘프로텍터’, 적의 행동을 제한하는 ‘컨트롤러’.
다만, 플레이에 있어서 특정 조합이 강요되지는 않습니다. 조합이 바뀌면 그에 맞춰서 교전 방식을 다르게 가져가면 됩니다. 탱커가 없는 조합이라면 원거리 화력 투사 위주로 싸우는 식으로 말이죠. 한정된 공간에서의 힘싸움이 필연적인 장르가 아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TTK(Time To Kill, 적 처치에 걸리는 시간)가 길다는 점도 여기에 한몫합니다. 교전이 시작되면 한 화면에 무수히 많은 공격과 스킬이 쏟아집니다. 그러나 한 방 한 방의 위력이 치명적인 수준까지는 아닌 만큼 어떠한 한 가지 변수만으로 승패가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잘 쓴 궁극기 한 방으로 교전의 승패가 결정되는 여타 게임과는 사뭇 다른 감각입니다.
▲ 캐릭터는 5개의 포지션으로 나뉘지만 특정 조합을 강제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긴 TTK는 반복 플레이 시 자칫 지루함을 유발할 우려가 있습니다. 동일한 패턴의 전투가 계속 이어진다면 이 문제는 더욱 가속화됩니다. <슈퍼바이브>는 이 부분을 다양한 특징을 지닌 영웅으로 보완하고 있습니다. 시연 버전 기준으로 총 16명의 캐릭터가 제공되는데 이 캐릭터들이 모두 다른 플레이 경험을 제공하며, 팀 조합에 따라서도 교전 양상이 달라지니 매번 색다른 경험을 안겨줍니다.
전장에서 획득하는 ‘파워’도 전투에 변수를 더합니다. 파워는 일종의 스킬 아이템으로 캐릭터에게 온갖 특수 효과를 제공합니다. 캐릭터의 스탯을 올려 주는 패시브를 비롯해 포탑 설치, 방어벽 생성, 체력 회복, 강력한 핵 공격 등 50여 종이 준비돼 있으며,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같은 캐릭터라도 상당히 다른 감각으로 플레이할 수 있게 됩니다.
이와 함께 다양한 부활 수단을 제공하는 것으로 적극적인 교전을 유도합니다. HP를 모두 소진해 다운된 상태에서도 아군 근처에 일정 시간 머무르기만 하면 부활할 수 있으며, 완전히 사망했다 하더라도 몇 초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바로 부활이 가능합니다. 맵 곳곳에 배치된 부활 비컨을 사용하면 사망한 팀원을 한 번에 부활시킬 수 있습니다. 전멸하지만 않는다면 얼마든지 재기할 수 있기에 교전에 대한 부담도 상대적으로 덜 합니다.
▲ 피아 구분 없이 넓은 범위에 큰 피해를 주는 파워 ‘핵폭탄’
▲ 부활 수단도 쉽고 다양하게 제공됩니다
이처럼 <슈퍼바이브>는 배틀로얄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철저하게 전투를 메인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판을 깔아놓기만 한 걸로 끝이 아닙니다. 어떻게 하면 그 판 위에서 플레이어들이 더 재밌게 놀고 더 적극적으로 싸우게 만들지를 고민한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더욱이 이 게임은 진입 장벽이 낮습니다. 전투는 치열할지언정 매커니즘은 결코 복잡하지 않죠. 한두 판 정도만 플레이해 보면 기본적인 시스템은 대부분 학습할 수 있습니다. 특히 나름대로의 개성을 드러내면서도 외형에서 역할을 짐작할 수 있게 만든 직관적인 캐릭터 디자인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스킬도 이해하기 쉽습니다. 효과가 직관적이어서 시작 전 설명만 읽어봐도 중요한 내용은 모두 파악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좌클릭=일반 공격 / 우클릭=강한 공격 / Q=특수한 효과가 있는 스킬 / LShift=이동 효과가 있는 스킬로, 모든 캐릭터의 스킬 구조가 이 틀에서 벗어나지 않아 캐릭터를 바꿨을 때도 손쉽게 적응할 수 있습니다.
▲ 대충 봐도 저격형 딜러 같습니다
▲ 얘는 뭐 척 봐도 탱커처럼 생겼죠?
▲ 무슨 캐릭터인지 몰라도 행동을 보면 얼핏 감이 옵니다
본문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파밍과 전투 외에도 다양한 생태계로 나눠진 전장의 환경, 매치마다 전장에 랜덤하게 부여되는 추가 규칙, 지정된 루트를 고속으로 이동하는 열차, 아이템을 판매하는 상점, 강력한 버프를 제공하는 소울 보스 등 플레이에 밀도를 더해주는 각종 요소가 준비돼 있습니다.
<슈퍼바이브>의 목표는 ‘1만 시간을 플레이해도 재미있는 게임’이라고 합니다. 고작 3시간의 시연으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적어도 시연 중에는 매 판마다 각각 다른 재미와 경험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잦은 교전에 따른 피로감이 크지 않도록 절묘하게 조합한 시스템이 결정적입니다.
배틀로얄 장르의 새로운 흐름을 선도할 게임. <슈퍼바이브>에서 그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1차 클로즈 알파 테스트를 모집 중이라고 하니 배틀로얄 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꼭 한번 경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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