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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m CSL / 루아
[붕괴3rd] 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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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판 일정 2/1~2/14


냥코문학 장편- 블루 아이즈 1화  +20

  • 댓글3
  • 등록일 : 2021-11-21 12:32:09


"결국 죽어버렸구나, 꼬마 아가씨."

우주를 연상시키는 공허하고도 검은 공간. 천공에 수놓아진 별 몇 개만이 바닥의 하얀 모래를 비춘다.

아무도 없을 것 같은 이 이질적인 공간에는 발목까지 내려오는 긴 검은색 머리카락과 푸른 눈동자를 가진 성숙한 미녀와, 그녀를 꼬마라 지칭하고 있으나 그녀보다 키가 머리 두 개는 작아보이는 금발의 어린 여자아이가 존재했다.

금발의 소녀는 바닥에서 고운 모래를 한 줌 주워서 작은 모래성을 빚어냈다.

"계약을 지키지 못한 대가는 받아야겠지. 무트라는 남자가 통일하기 전까지 앞으로 이 세계의 300년은 서로 죽고 죽이는 살육의 연속이다."

그리고 소녀는 허공에 대고 작게 손짓했고, 그러자 그 모래성은 허물어지며 원래의 모래더미로 되돌아갔다.

"물론 그 이후로도 다를 건 없다. 무트 사후의 필리버스터... 우르스... 그들 모두가 살육으로써 얻은 땅을 잠시동안 영위하고 다시 피로써 대가를 치룬다. 그리고 그 잔혹한 굴레는 수백년이고 수천년이고 반복될 것...."

"부당합니다."

여자는 눈을 질끈 감으며 소녀의 말을 끊었다. 그러나 소녀는 아랑곳않고 말을 잇는다.

"분명히 처벌에 대해 경고했고, 계약은 네가 정했으며, 넌 그에 상응하는 누구보다도 강한 힘을 받았다. 그리고 넌 그 계약을 지키지 못하고 죽어버렸으니 처벌 또한 정당하다."

"......."

여자는 턱밑까지 차오른 분을 누르는 듯 주먹 쥔 손을 떨며 피가 흐를 정도로 강하게 입술을 깨물었다. 소녀는 그런 여자의 태도에 아랑곳않고 오히려 방긋 미소를 짓는디.

"그래도 뭐가 됬든 난 너가 마음에 든다. 오랫만에 봤던 순수한 아이여서 그런걸까. 하긴, 그동안 고역만 치루었으니 상 하나쯤은 줘야겠지."

금발의 소녀가 우수에 가득 찬 눈빛을 하고는 푸른 눈의 여성의 앞으로 다가선다.

"한번 더 태어날 기회를 주겠다. 물론 그게 30년 후일지, 3000년 후일지 알 수 없고, 지금의 기억을 다 잃어버릴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하겠나?"

이 공허한 공간에 몇 초간의 정적이 흘렀고, 여성은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하겠습니다..."

"좋다. 성녀 캐슬리여, 한번 더 태어난다면 이번에는 너 자신에게 무슨 계약을 내걸 테냐?"

캐슬리라는 이름의 여자는 입을 연다.

"그저 전....."



-------------------------------------------------



끼익- 끽-

철 따위를 손톱으로 긁는 끔찍한 소리가 귀를 날카롭게 긁어댄다. 언제 들어도 끔찍한 알람이다.

"일어나라, 쓰레기들."

여느 때나 다름없이 정장을 빼입고 안경을 쓴 여성, 간수장 화이트래빗이 우리를 경멸하는 눈빛으로 쳐다본다.

"현 시각 6시 53분. 7시까지 다들 저번에 배정받은 작업실로 이동한다."

그리고 나를 포함해서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일어나 옷을 작업복으로 갈아입고는 침실에서 나갈 준비를 한다.


뻐억-

그리고 오늘도 잔혹한 굴레는 시작된다.

"빨리 안 나가냐? 가뜩이나 기분 심란한데."

"죄... 죄송합니다.."

"꺼져."


죄수들에게 무시당하고, 폭행당하는 것 정도야 익숙하다. 이런 것 쯤은 무감각할 지경이다.


"보자마자 발로 까는 건 좀 심한거 아냐?"

"쬐끄만한 녀석이 길막하잖아. 열받게시리."

"야, 근데 저런 어린 놈은 뭘 했길래 끌려온거냐? 친구 급식에 수수께끼의 뼈라도 넣었대?"

"낸들 알게 뭐냐. 그리고 저 시퍼런 눈 꼬맹이 예전부터 좀 띠꺼웠어. 석공 그자식하고 어울려다닌것도 있고."

"석공? 그게 누구더라... 아! 저번달에 사형당한..."

"조용히 해, 그 사건 간수장이 입에 담지도 말라고 경고했잖아."


'석공....'


....

"왜 저를...."

"이유는 별거 없어. 교도소 와서 처음 본 놈인데 다른 죄수들이 나보다 먼저 널 죽이기라도 하면 이 총잡이 석공 명예가 안 살거든."

"........"

"농담이다, 임마. 그건 그렇고 너 빚 하나 생겼어. 너도 나 누구한테 맞고 오면 그놈한테 한 방 먹여주는 거다?"
....

"어때? 내가 신기한거 보여준다고 했잖아."

"색깔이 참 예뻐요. 무슨 열매에요?"

"개다래. 너도 한 입 하지 그래?"

....

"땅꼬마, 나 내일 죽는다."

"네?"

"나 내일 죽는다고. 너도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 다른 죄수놈들이 수군대는 거 들었을 거 아냐."

"그치만... 흐윽....흑...."

"뭐하러 우냐, 울기는. 혹시 안 죽을수도 있는 거잖아? 그니까... 만약 다시 우리가 만난다면 말야. 너도 조금은 더 강해져 있어야 한다?"


석공, 나와 체격은 큰 차이가 없었지만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유약한 나보다 훨씬 성숙하고 강한 사람이였다.
진짜 이름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 스스로는 그를 '석공'으로 지칭해주길 원했다. 직업으로 불리는 게 더 익숙해서 그렇다나 뭐라나.

그리고 오늘은 그가 사라진 지 꼬박 한 달이 되는 날이다. 한 달 밖에 지났다고 해야 하는가, 한 달이나 지났다고 해야 하는가.
확실한 건 가까웠던 누군가가 죽더라도 누구보다 빠르게 무감각해져야하는 이곳에서 난 아직도 초연해지지 못했다는 거다.



공구 다루기 등의 작업 교육이 끝난 후 난 곧장 도서관으로 향했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쌀쌀하고 조용했다. 그도 그럴것이 이 교도소의 도서관에는 아무도 오지 않는다. 대부분의 죄수들은 문학교육 처분을 이수하러 두세달에 한 번쯤 들를 뿐이다.

맨 뒤의 으슥한 책장. 가장 구석진 곳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곳의 책들만 먼지 없이 깨끗하다. 그럴수밖에 없을거다. 이곳은 석공과 함께 책을 읽었던 곳이니까.

그리고 맨 윗칸에는 내가 감춘 그의 일기들이 있다. 그는 교도소에 오기 전에 했던 경험들을 일기에 적어두었다. 그리고 그 일들을 내게 말해주고는 했다.

그를 처음 만났던 곳도 여기다. 우린 이곳에서 처음으로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했다.

비단 내가 다른 죄수들에게 맞았을 때 복수해주고, 말동무가 되어줬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추억하는 건 아니다.

태어나면서부터 부모 없는 노예였고, 주인으로부터 누명이 씌워져서 이곳으로 왔다는 사실을 믿어주고, 그로 인해 이런 인생을 살게 된 '나'를 이해해주는, 이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였다.

'처음부터 다시 읽는것도 어느새 3번째네.'

오늘도 내 키의 두 배는 훌쩍 넘는 사다리를 책장에 걸친다. 조심, 조심. 한 발짝씩 발을 옮긴다. 점심 배식까지는 40분정도 남았으니....

덜컹-

"아이고- 우리 친구 여기서 뭐하나?"

사다리를 누군가가 붙잡았다. 이 사람...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다. 예전에 나를 괴롭혀서 석공에게 보복당한 인물이다.
그는 다짜고짜 사다리를 제 몸 쪽으로 거칠게 끌어당겼다.

콰당-

"큭...."

"교도관이 사다리 가져오라고 해서 작업실 주위 다 살펴봤는데 안나오더라고. 여깄을줄은 상상도 못했지."

"얘는 어리다고 교도관들이 잔업도 빼주잖아. 솔직히 너무 불공평하다고."

"응? 얘들아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 책 보러 온 거잖아. 그치?"

"ㅋㅋㅋㅋㅋ 맞다 그랬지."

무리 중 가장 앞에 서있던 놈은 억센 손으로 내 책을 뺏었다.

"그만... 그만해!"

"뭐지? 일기장 같은건가.... 음.. 뭐 별거 없는데? 다 뭐 어디서 어떤 괴물을 때려잡았다느니... 이상한 얘기들밖에 없어. 하긴 살아있을때도 좀 허언이 심하긴 했지."

내게서 유일한 그의 유산을 가져가놓고선 그를 모욕한다. 더 이상 들어줄수가 없다.

"어? 야, 이거 한 번 찢어볼까?"

"와ㅋㅋㅋㅋ 이건 좀 심한 거 아냐?"

"찢지 마! 이것마저 없으면..."


쫘악-

"안 돼!!!!"

그 순간, 난 이성을 잃고 놈에게 달려들었다. 맞고 때리고를 생각하지 않은 순전한 분노였다.

하지만 너무나 덤덤하게도, 내게로 돌아오는 건 내 복부를 향하는 거대한 주먹이였다.

퍼억-

"커허억!"

"얘는 뭐 지가 석공인줄 아는 것 같네."

"애초에 걔는 총 쏘잖아ㅋㅋㅋㅋㅋ 그걸 어떻게 이기냐."

"이놈 계속 난리피우면 귀찮아지니까 저기 끼워봐."

"이거 놔! 놓으라고!"

그들은 두꺼운 책장과 벽 사이의 좁은 틈에 날 끼웠다. 곰팡이로 얼룩진 틈에서는 악취가 올라왔고 폭이 매우 좁아서 숨쉬기가 매우 힘들었다.

"야, 야. 너 몸버둥치다가 책장 무너뜨리면 바로 교도관 뜨고 니 책들도 다 압수당하는 거야."

"와... 악마다 너 진짜."

"'ㅋㅋㅋㅋ 쟤 표정봐"


난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석공 당신만큼 강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도 않았겠지.
난 진짜 이런 쓰레기들보다 못해서 이런 일을 당하는 거야? 이게 당연한 거야? 난 왜 이렇게 약한 거야?

난 대체 어떻게 해야 해?


"뭐야, 얘 갑자기 눈이 풀리냐?"

"정신 나간거 아냐? 이거 위험할..."


치직- 칙

"아 갑자기 뭔 안내방송이야. 한창 재밌었는데."

"그래도 안내방송이면 들어야지. 오늘 밥 일찍 준다고 할지도 모르잖아."


"글루코사민 교도소에있는 모든 직원들에게 알립니다. 현 시각 국제적 테러단체 '다이너마이트 군단'이 북서문에 침입했습니다. 유사시 훈련이 아닌 실제 공습상황입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글루코사민 교도소..."

"뭐라고? 방송 지금 무슨 말 하냐?"

"다이너마이트 군단? 공습?"

"야, 야! 테러 일어났다잖아 테러! 빨리 튀어!"

"....끝... 끝났어."

"하, 그딴 말 지껄일 사이에 빨리 튀라고?"

"멍청아! 지금 여기가 북서문...."

'테...러?'


꽈앙-

"끄아아악!"

고막이 찢어질정도의 굉음과, 먼저 뛰쳐나간 이들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으윽.."

두꺼운 책장 덕에 살기는 한 모양이지만, 부셔진 나무파편들이 날 짓이겨서 몸을 움직이기 힘들었다.

'저건... 뭐지?'

아까의 충격으로 책장에 뚤린 구멍 사이로는 천장에 머리 부분이 닿을 정도로 거대한, 공중에 낮게 떠있는 어느 한 기계의 모습이 보였다.
 
"여기는 MS : RX-Ω. 방금의 파동으로 건물 내부 모든 유기체의 진동수를 분석한 결과 가마토토의 질량, 부피와 일치하는 사람은 8층 교습원에 있는 것으로 확인."

그 거대한 기계는 누군가와 연락을 취하는 듯 했다. 통신으로 한 여자의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잘했어 머신. 나도 곧 거기로 갈게."

"본 기체의 이름은 머신이 아니므로 MS : RX-Ω로 정정하기를 요구."

"싫어 깡통, 맡은 일이나 잘 하다보면 언젠가 한 번쯤은 불러줄지도 모르지만."

뚝-

그건 그렇고, 책장은 이미 넝마짝이 되버렸다. 머지않아 들킬 듯 싶은데 나를 찾지는 못한 건가.
다행스럽게도 머신이라고 지칭된 기계는 공중을 조금 멤돌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이내 완파된 문으로 유유히 나갔다.

그건 그렇고 다이너마이트 군단이라고? 다이너마이트 군단이라면 테러 조직이라는것밖에 아는 게 없다.

또한 그들이 여기는 온 이유가 뭔지도 정확히 알 길이 없다. 여기서 탈출한다 해도 갈 곳 없는 나에게는 또 다른 지옥의 시작이겠지만 놈들이 이곳을 더 쑥대밭으로 만들기 전에는 여길 떠나야 한다.

"허억... 일단 여기서 나가야...."


내가 한 발을 내딛자마자 복도로부터 웅장한 기계음이 울려퍼졌다.

"유기체 감지."

아까 봤던 그 기계였다. 그는 무척 빠른 속도로 복도를 지나 내 앞에 마주 섰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기계의 안면에 떠있는, 눈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처럼 보이는 백색의 두 원이 붉게 점멸했다.
공포스러운 모습이였다.

"아이스와의 통신을 재연결. 여기는 MS...."

"뭔 연락이야, 이미 다 왔는데."

한 사람이 더 나타났다. 아까 이 기계와 통신하던 사람과 같은 목소리. 노출도가 높은 의상을 입은 눈처럼 새하얀 피부의 여성이었다.

"이곳에 아직 사람이 존재한다."

"하자는 말이 고작 그거? 내가 여기까지 오는 길에만 몇 명을 상대한 줄 알아? 
야옹마도 그냥 서북으로 투입했어야 했...."

여자는 신경질을 내다 말고 내 쪽을 쳐다본다.

"어? 진짜네."

"성별은 남성, 나이는 11-13살 정도로 추정됨. 폭발 당시 다른 구조물들이 보호하여 생존한 것으로 보임."

"귀엽다, 우리 얘 데려갈까?"

"임무 수행시에는 임무에 적합한 발언만을 하기를 권장...."


"무슨 일이냐."

그때 중저음의 목소리와 함께 한 사람이 시체 더미를 즈려밟으며 걸어나왔다.

갑주로 온몸을 두르고 투구까지 착용하고 있어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사내다.
그는 제 몸만한 양날도끼를 휘둘러 비산된 시체들과 건물의 잔해를 치우고는 그들에게 다가온다.

"파라딘? 벌써 8층을 다녀온거야?"

"전투는 없었다. 마주치자마자 잔뜩 겁에 질려서 술술 말해주더군. 얻은 정보에 대해선 작전이 끝난 뒤 말하도록 하지."

"야옹마 아저씨는?"

"작전대로 남문 인근에서 적의 주요 전력들을 상대로 시간을 벌고 있다는 것 외에 따로 전언은 없었다.
그건 그렇고, 지금 왜 여기서 시간을 지체하고 있는거지?"

"보면 알겠지만 아직 여기 사람이 남아서."

"좋아. 빨리 정리하고 야옹마 쪽으로 간다."

"야! 아직 어려보이는데 죽이는 건 좀...."

"네가 언제부터 그런 거 따졌나? 그리고 어차피 이곳에 수감될 정도면 분명 도를 넘어선 악인임이 틀림없어."

사내는 도끼를 번쩍 들어서 현란하게 한 바퀴를 돌린 후 날 공격할 태세를 취했다.
창끝에 묻은 피가 마르지 않았는지 벽과 바닥에 붉은 피가 사방팔방 튀겼다.

점점 사내와 나 사이의 거리가 좁혀진다. 난 공포에 쩔어서 움직이기도 버거워하는 내 두 다리를 억지로 움직여서 달아나려 애썼다.

"기가 차군."

내가 등을 보이자마자 그는 거대한 도끼를 내 쪽으로 던졌다. 내가 고개를 돌려 확인했을 때쯤 그 시퍼런 날은 이미 내 눈앞으로....

쩌엉-

그 순간, 내 앞에서 거대한 얼음기둥이 솟구쳤다. 도끼는 그 얼음기둥에 가로막혀 그대로 튕겨져나가 바닥에 꽂혔다.

파라딘이라는 이름의 남성은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 시선의 중심에는 바람에 그녀의 흰 머리칼을 휘날리고 있는 여성이 있었다.

"진짜로 지금 뭐 하자는 거냐, 아이스."

"이야기라도 좀 들어보면 안 될까?"

"이야기고 뭐고 지금..."

"부탁이야."

"하..... 딱 3분이다. 3분 뒤에 오도록 하지."

사내는 그녀의 강경한 태도를 이기지 못했는지 마지못해 문 밖으로 나갔다.


"자자, 너무 겁먹지 말고. 일단 이름부터 말해줄래?"

그녀는 상냥한 어조로 내게 다가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손은 무척이나 차가웠다.

"......"

노예였던 적에는 푸른눈, 교도소에서는 죄수번호로만 불렸던 나이기에 내 입장에선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자신 이름을 모르는건가...."

"종족 추정... 글루코사민 계통으로는 추정되지 않음. 인근 모든 종족을 대입시켜도 일치하는 종족을 찾을 수 없음. 타 대륙의 이민족 출신일 확률이 90% 이상."

"혹시 이름이 없어?"

목이 메여 말도 거의 나오지 않았던 나는 겨우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 사람이 아닌것도 그렇고... 너 혹시 어쩌다가 여기 온 거니?"

"그게...."

그들이 내 이야기를 믿어줄지 알 수 없지만 말해야만 내 모든 감정이 해소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반쯤 막힌 목으로 훌쩍이며 나의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음성 분석, 그의 모든 이야기가 사실일 확률 75%."

"데려가는 건 어떻게 생각해?"

"야옹마 찬성 확률 30%, 파라딘 5%."

"진지하게. 나 어릴 적 생각나서 그래."

"그가 우리에게 온전히 협조할 가능성 20%."

"20%라... 높네, 좋아."

"궁금한 게 하나 있습니다."

"음? 뭔데?"

"왜.. 대체 왜 저를 도와주겠다는 건가요."

"이유? 글쎄다.... 우리가 꼬마 한 놈 못 죽이고 살려 보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테러조직 폼이 안 살잖아?"

우연이였을까, 석공과 처음 만났던 그 장소이다. 그리고 그때와 같은 말에 난 따스함을 느꼈다.

"그러면 이름부터 만들어줄까?"

그녀의 시선은 폭발의 영향으로 바닥에 널브러져있는, 석공이 부유대륙에서 가져왔다는 책을 향했다.

"음... '만화로 보는 흑수 가오우 연대기?' 괜찮네. 이름은 가오우가 좋겠다! 어떻게 생각해, 머신?"

"흑수 가오우 설화란 현대의 과학적 관점에서 봤을때 그저 근거없는...."

"가오우, 우리와 함께하지 않을래?"

머신이라는 기계의 말을 무시하고 그녀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말 없이 그녀의 손을 맞잡았다. 비록 손만 맞닿았지만 심장이 저릴 정도로 시려웠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너무나도 따뜻했다.


"그래, 너도 이제 우리 팀인거다?"

그게 나와 크리스탈 씨의 첫 만남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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