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보따리 싸갖고 다니며, 눈에 불을 켜고 게임을 찾던 시절이 있었다.
온갖 인맥을 동원한 끝에 "게임 개발사 사장과 만나기만 해도 배가 불렀던 때"라고 잔뼈가 굵은 투자자
들은 회고한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게임 분야는 여전히 황금알을 낳는 괜찮은 산업으로 대접받았다.
그러나 시장의 급격한 변화와 극심해진 경쟁 환경은 게임을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은 분야로 추락시켰다.
정부는 중소벤처기업부라는 행정 조직까지 세우며 벤처기업 육성에 나서고 있지만, 게임 분야는 여전히 외면받고 있다. VC들에게 있어, 어느덧 게임산업은 기피 대상이 된 셈이다.
사실 상, VC 투자의 씨가 말랐던 게임 시장에 얼마 전 한가닥 희망이 빛이 새어들어왔다.
넷마블 왕국 건설의 주춧돌 역할을 톡톡이 했던 배봉건, 정현호 등 '세븐나이츠'의 핵심 개발진이 독립한 '엔픽셀'이 수년간 지속된 게임 투자 기피 징크스를 깨버린 것이다.
이 회사는 최근 3,000억원대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 300억원의 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번 투자에 참여한 VC의 면면도 화려하기 그지 없다.
‘쿠팡’,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등 국내 유니콘 기업과 ‘크래프톤’, ‘로블록스’ 등 글로벌 게임사를 초기에 발굴한 새한창업투자와 알토스벤처스다.
모두가 No라고 할 때, Yes를 외친 두 VC가 주목한 게임은 넷마블이 5년 넘게 서비스 중인 '세븐나이츠' 였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스마트폰 수집형 RPG의 큰 줄기를 세우며, 서비스 5년간 매출 순위 상위권을 꾸준히 지켜온 대단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엔픽셀은 이미 2년 넘게 ‘그랑사가’, ‘프로젝트 S’ 등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그 중 ‘그랑사가’는 올 상반기 시장에 첫 출사표를 던진다.
‘그랑사가’는 왕국을 구하기 위한 기사단의 모험을 그린 멀티플랫폼 MMORPG로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의인화된 무기로 수집과 성장의 재미를 극대화했다.
또한 언리얼 엔진4를 활용한 고품질의 그래픽과 다양한 기기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멀티플랫폼 게임으로 개발해 보다 많은 플레이어들에게 최고의 게임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엔픽셀은 탄탄한 게임 라인업을 구축한 글로벌 게임사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올 상반기 ‘그랑사가’를 성공적으로 출시하고, ‘프로젝트 S’를 포함한 다양한 신규 프로젝트를 순차적으로 선보인다.
엔픽셀의 배봉건 정현호 공동대표는 “이번 투자는 일찍이 유니콘 스타트업과 글로벌 게임사를 발굴한 투자자로부터 엔픽셀의 저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 ’그랑사가’를 시작으로 전세계 게이머에게 최고의 게임 경험을 선사하는데 집중하겠다”고 자신을 보였다.
엔픽셀은 딱딱하게 굳어버린 줄로만 알았던 게임 투자 시장에 희망의 단비를 뿌리고 있다.
김동욱 기자 (kim4g@mo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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