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의 이병주 교수는 현재 진행 중인 프로게이머 훈련 프로젝트 ‘GamerLab’(이하 게이머랩)에 대해 발표했다.
이 교수는 “현재 게이머랩은 많이 진보된 상태는 아니다. 기초적 아이디어로 구성되어 있으나 과학적 연구에 기반, 다양한 가능성을 보일 수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게이머랩은 그간 인지 능력에 비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요소로 취급되던 ‘신체 지능’을 인지 능력과 같은 지위로 규정하고 이를 측정/향상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알파고가 이세돌과의 바둑 대결에서 4:1이라는 성적을 거두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고, 이후 이러한 이야기가 진전되어 ‘곧 프로게이머와 스타크래프트로 대결을 펼치는 것이 아니냐’하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이러한 대결에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다고 말했다. 바로 신체 지능의 구현이다. 사람은 스타크래프트를 할 때 전략을 생각하는데, 이와 동시에 유닛들을 움직이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e스포츠가 정신과 환경만이 영향을 주고받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게이머랩에서는 정신과 신체, 환경의 상호작용을 모두 프로게이머 지능의 경계로 간주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게이머랩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게이머와 시스템에 대한 성능을 측정, 향상시키는 프로젝트다. 그러나 성능을 측정하는 것에 비해 향상시키는 것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먼저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단계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하드 코어 게이머와 일반인의 신체 지능 차이를 규명하기 위해 게이머랩은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의 상위권 유저 10명과 일반인 10명을 초청했다. 그리고 움직이는 타겟과 멈춰 있는 타겟을 클릭하는 게임을 각 30분씩 진행시켜 이에 따른 결과를 수치화했다. 이 두 가지 실험으로 게이머랩은 얼마나 정확히 노리는지, 도달하는 시간을 얼마나 잘 예측하는지, 움직이는 데 대한 정보를 얼마나 획득하고 이를 활용하는지를 측정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두 게임 모두 게이머군의 실패율이 일반인보다 높았다. 하지만 게이머는 타겟의 중앙을 맞추려 하는 시도가 더욱 많았고, 자신의 움직임에 대한 신뢰도 높았다. 움직이는 타겟을 맞추는 실험에서는 예측 성공률 또한 게이머가 높게 측정됐다. 이 교수는 “게이머의 실패율이 높아진 이유는 빠르게 움직일수록 실패율이 높아지는 인간의 특성 때문이기에 실패율은 ‘게임을 잘 하는가’에 대한 지표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게이머랩은 시스템의 성능을 측정하고 향상하는 프로그램도 연구했다. 키보드와 마우스의 입력 지연 시간을 측정하는 시스템을 개발했고, 키보드가 어느 정도 눌려야 입력되는지 측정하는 장치도 개발했다. 게이머랩은 이 장치들을 활용해 각 게임의 마우스 감도를 자동으로 최적화하는 프로그램과 키보드의 입력 감지점을 최적화했다.
이를 활용해 키보드가 완전히 타건되었을 때 입력이 되도록 설정해 보았고, 키보드의 경우 입력 정밀도가 94% 향상되었으며 터치스크린 입력 정밀도는 약 37% 상승했다. 이는 빠르게 입력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교수는 “물론 오늘 발표한 내용을 보면 기존에 비해 많이 연구된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게이머랩에는 많은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음을 확신하고 있다. 연구를 이어가면서, 많은 프로게이머들과 훈련 방법이나 실력 측정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으면 한다”고 발표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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