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팀 소속 이규영 3D 배경 아티스트는 사진을 활용해 사실적인 3D 배경을 만들 수 있는 ‘포토스캔’ 활용법을 전했다.
이 아티스트는 “개발 2년차까지 동화풍 아트 에셋을 만들었다. 그러나 어느 날 메탈 기어 솔리드 시리즈를 해 보고 나니 지금까지 개발하던 에셋이 너무 시대에 뒤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과연 나는 10년 뒤에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포토스캔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계기를 전했다.
이어 “GDC를 통해 포토스캔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좋았지만, 당시 발표에서는 포토그래메트리 기법으로 제작했다는 말 밖에 해 주지 않았다. 이에 2년간 8192장의 사진을 찍고, 15곳을 돌아다니며 거친 시행착오로 알게 된 내용을 공유하려 한다”고 밝혔다.
포토스캔은 포토그래메트리를 위한 툴이다. 포토그래메트리는 사진 속 물체를 3D 모델링과 텍스쳐로 구현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툴을 활용하면 다각도로 촬영한 사진을 프로그램이 분석, 연산해 물체의 형태를 구현한다. 이후 단순한 형태를 복잡한 텍스쳐로 표면을 재구성하고, 보조광을 제거하는 ‘디라이팅’을 진행해 완성한다.
포토그래메트리를 위해서는 매뉴얼 모드를 지원하는 500만 화소 이상의 카메라, 삼각대, 색 보정을 위한 칼라 체커 패스포트, 2기가에서 16기가 램을 지원하는 듀얼~쿼드 코어 컴퓨터, 포토스캔과 어도비 라이트룸이 필요하다.
포토그래메트리에서 사진 촬영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 이 아티스트는 “건물을 짓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철골이 건물의 뼈대 역할을 하듯 포토그래메트리에서는 사진이 그 역할을 하는 것이다. 건물을 튼튼하게 짓기 위해 철골을 많이 심듯 정확한 렌더를 위해서는 다양한 각도와 높이의 사진이 필요하다. 물체가 복잡하면 필요한 사진 수도 함께 증가한다. 돌멩이는 20장만 있으면 높은 퀄리티로 렌더가 가능하지만 솔방울의 경우 그 20배가 넘는 450장이 필요하다.
포토그래메트리를 위한 모델로는 움직이지 않는 물체면서 두께가 두껍고, 표면에 빛이 반사되지 않는 것이 적절하다. 또한 크고 투명하지 않은 편이 좋다. 주로 조각상, 돌, 나무 토막 등이 촬영에 적합하다.
촬영 환경은 직사광선을 받지 않도록 흐린 날, 해가 진 직후 또는 해가 뜨기 직전이 좋다. 눈이나 비가 오면 물체에 난반사하는 빛이 들어가 렌더시 물체가 반짝거리게 된다. 또 직사광선이 비칠 경우 게임 내에서 인공적으로 빛을 가했을 때 기존의 빛과 충돌을 일으킨다. 촬영은 사방이 트인 야외가 적절하며, 인적이 드물고 자주 갈 수 있는 장소가 좋다. 사진에 다른 사람의 발이나 모습이 촬영되면 툴이 두 사진을 다르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선명하게 찍히는 것이 좋다. 조리개값을 높이거나 ISO를 낮춘 사진이 좋고 적당한 밝기가 도움이 된다. 저장 방식은 무손실 압축을 사용해야 한다. 한쪽 면이 너무 밝거나 어두우면 해당 부분은 평면으로 연산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 손의 떨림도 연산에 영향을 줄 수 있기에 삼각대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촬영한 사진을 바로 연산하게 만들 수 있으나, 이 경우 색감이 어긋나게 된다. 이 디자이너는 “사진이 정확한 색감을 갖게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컬러 체커 패스포트”라고 말했다. 컬러 체커 패스포트는 절대색이 프린트된 카드로, 이를 활용하면 사진 보정 시 빛의 영향을 최소화해 실제와 유사한 색감을 만들 수 있다. ‘컬러 체커 패스포트는 일정 시간마다, 장소를 바꿀 때마다 꼭 찍어야 한다’고 이 디자이너는 강조했다.
이후 촬영 및 보정한 사진을 포토스캔을 통해 불러오고, 이를 연산해 대강의 형태를 잡는다. 이후 고밀도 클라우드를 생성, 이를 바탕으로 표면을 구현한다. 표면을 구현했다면 마지막으로 간접광을 제거한다. 간접광이 남아 있을 경우 게임 내에서 광원을 제공했을 때 두 광원이 충돌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 디자이너는 “이처럼 포토그래메트리 기법을 활용하면 실제와 유사한 느낌의 그래픽을 얻을 수 있다. 유능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는 피카소의 말처럼 ‘유능한 아티스트는 실사를 모방하고, 똑똑한 아티스트는 실사를 가져온다’는 셈”이라고 강연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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