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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원 등록일(수정) : 2015-11-05 17:11:38
[모바일] 아버지 뭐하시노!? - 명작 게임 아버지들의 근황 Vol.1

http://www.hungryapp.co.kr/news/news_view.php?durl=YmNvZGU9... 신고

어떤 게임이 널리 유명세를 떨쳤을 때, 우리는 그 게임을 개발하면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인물에게 ‘ㅇㅇ의 아버지’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그러나 이런 인물들이 모두 그 게임의 후속작을 계속 이어나가지는 않는다. 시리즈 개발 자체가 중단되는 경우도 있고, 시리즈는 이어지고 있으나 개발 스태프가 교체되는 경우도 있다.

오늘은 자신이 만들어 이름을 떨쳤으나 후속작까지 계속 이어나가고 있지는 않은 아버지들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시리즈에서 손을 뗀 이후, 그들은 과연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함께 살펴보자.

◈ 울티마의 아버지 - 리처드 게리엇

▲ 리처드 게리엇은 스타크래프트를 개발한 적이 없다.

현재 한국 게이머들에게는 ‘우주 먹튀’라 불리며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그가 게임 시장에 끼진 영향은 막대하다. 리처드 게리엇이 개발한 울티마 시리즈는 자유도가 높은 북미 RPG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또한, 1997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울티마 온라인은 현대 MMORPG의 개념을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의 유명 게임 프로듀서 호리이 유저도 ‘울티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곤 했다. 그가 제작한 드래곤 퀘스트가 일본식 RPG의 틀을 확립했으니, 넓은 범위에서 보자면 울티마의 영향은 일본식 RPG에까지 미쳤다고 볼 수 있다.

▲ 울티마 시리즈 첫 작품의 포스터

잘나가던 울티마 시리즈는 제작사인 오리진이 EA에 인수되며 내리막길에 접어든다. 자유로운 개발 분위기에 익숙했던 오리진과 리처드 게리엇은 출시일에 대해 계속 압박을 넣는 EA와 맞지 않았다. 울티마 8과 울티마 9는 어찌어찌 출시일에 맞춰 발매됐지만, 미완성에 가까운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고 당연히 흥행에도 실패했다.

우여곡절 끝에 EA에서 퇴사한 리차드 게리엇은 몇 년 뒤 NC소프트에 입사한다. NC에서 그가 제작한 게임은 타뷸라 라사였다. 울티마의 아버지가 만든 새로운 온라인 게임은 전 세계 유저들의 기대를 모았다. 들어간 개발비만 해도 약 1,000억 원에 달하며, 개발 기간은 총 6년이 걸렸다.

그러나 타뷸라 라사는 리차드 게리엇이 이름을 걸고 만든 게임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졸작이었다. 제2의 울티마 온라인을 기대했던 유저들은 당연히 실망을 금치 못했다. 그런데도 리차드 게리엇은 타뷸라 라사 출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우주여행을 다녀왔는데, 이것이 우주 먹튀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게 된 원인이다.

여담이지만 그의 아버지는 나사의 우주 비행사 출신이며, 1973년에 우주를 다녀온 선배 우주인이다.

▲ 9편을 끝으로 울티마 시리즈는 출시되지 않고 있다.

▲ 리처드 게리엇을 전면으로 내세워 홍보했지만...

그러나 리처드 게리엇이 NC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부분도 분명 있다. NC가 북미 시장에 진출할 때 리처드 개리엇의 이름만으로 신뢰를 얻을 수 있었고, 길드워의 개발진을 영입하는데도 큰 공헌을 했다고 한다. 물론 이것으로 타뷸라 라사의 실패를 전부 덮을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이후 페이스북 도박게임과 SNG를 만들었으나 실패했다. 아쉽게도 이 게임들의 정보는 찾기 힘들다. 최근에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히 ‘쉬라우드 오브 디 아바타’를 제작하고 있다. 리차드 게리엇은 쉬라우드 오브 디 아바타가 울티마를 계승하는 게임이라 전했다. 지난 해 11월 플레이가 가능한 데모 버전을 공개했고 유저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 리처드 게리엇의 신작 쉬라우드 오브 디 아바타

◈ 파이널 판타지의 아버지 - 사카구치 히로노부

▲ 사카구치 히로노부의 마스코트는 콧수염이다.

파이널 판타지를 제작하기 전, 스퀘어와 사카구치 히로노부는 거듭된 실패로 궁지에 몰려있었다. 그러다 에닉스의 드래곤 퀘스트를 접한 것을 계기로 RPG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캐릭터 디자인은 아마노 요시타카, 게임 음악은 우에마츠 노부오가 담당했는데 훗날 이들 모두 거장의 반열에 오른다.

그가 만든 첫 RPG에 대해 ‘드래곤 퀘스트의 아류’라는 말이 있었으나 유저들의 평가는 매우 좋았다. 스퀘어 내부에서도 사카구치 히리노부를 적극적으로 밀어주기 시작했고, 그가 만든 후속작은 더 큰 성공을 거뒀다. 파이널 판타지 7는 북미 시장에서도 높은 판매량을 보였고, 시리즈 누적 판매량이 1억을 돌파하는 등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일본 RPG로 거듭났다.

▲ 파이널 판타지의 상징과도 같은 아마노 요시타카의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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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체인지 시스템이 매력적인 파이널 판타지 5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스퀘어와 사카구치 히로노부는 게임이 아닌 다른 곳에서 발목을 잡힌다. 스퀘어는 파이널 판타지를 영화로 제작하기로 했고 사카구치 히로노부가 제작과 연출을 맡았다.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참패였다. 당시를 기준으로 그래픽과 연출은 상당히 우수했다. 그러나 그게 전부였다.

그럴 필요가 없는 부분에까지 과도하게 공을 들여 제작비가 급증한 것도 문제였으나, 결정적인 문제는 ‘영화로서 재미가 없었다’는 점이었다. 게임은 수십 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반면 영화는 두시간 내외로 이야기가 마무리돼야 한다. 그런데도 게임과 비슷한 진행 방식을 선택한 결과 분량이 대폭 축소됐고 관객들은 스토리를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영화로 제작된 파이널 판타지는 1,700억 원의 제작비를 투자했으나, 수익은 제작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스퀘어가 입은 손실은 막대했다. 사카구치 히로노부는 스퀘어에서 해임됐고, 스퀘어는 몇 년 뒤 라이벌 격인 에닉스에 흡수 합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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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면 렌더링이 지나치게 좋다.

▲ 영화의 평점은 의외로 나쁘지 않다.

스퀘어에서 나온 사카구치 히로노부는 미스트 워커라는 회사를 세웠다. 미스트 워커는 마이크로 소프트의 지원을 받아 XBOX 360용 게임을 제작했다. 그가 제작한 블루드래곤과 로스트 오디세이는 각각 토리야마 아키라와 다케히코 이노우에가 디자인을 맡아 화제가 됐다. 다만, 두 작품 모두 작품성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판매량은 그리 많지 않았다. 덧붙여 두 작품 모두 한글 버전으로 한국에 정식 발매됐다.

그 후 미스트워커는 모바일 게임 테라 배틀을 출시했는데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 미스트워커의 테라 배틀

◈ 마치며

울티마의 아버지 ‘리처드 게리엇’과 파이널 판타지의 아버지 ‘사카구치 히로노부’. 두 사람 모두 자신이 만든 작품의 시리즈를 이어나가고 있지는 않지만, 여전히 게임업계에 몸담고 신작을 출시하고 있다. 게임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을 만든 그들의 노하우가 다시 한 번 빛을 발해, 게임의 역사를 새로 쓸만한 그런 작품이 탄생하기를 기대해본다.

이호원 기자 (lhw@mona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