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만난 건 2013년 9월 어느 날 여신전쟁 인터뷰였다. 시간이 흘러 타이니룸은 초기 개발팀 3명에서 김지훈 대표 혼자서 분투 중이다. 그랬던 그가 카드 RPG가 아닌 탭 소울이라는 클리커를 선택했다.
국내 인디씬에서 클리커는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어 평준화가 진행된 지 오래되어 고착화 단계에 접어든 장르로 통한다. 시장 상황이 그럼에도 그는 클리커로 다시 타이니룸의 존재를 만천하에 증명했으며, 다시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지금부터 그가 1시간 내내 읊조렸던 이야기를 글로 옮겨본다.
타이니룸의 대표이자 1인 개발자 생활을 시작한 지 1년이 되지 않았다. 혼자서 여신전쟁과 탭 소울의 콘텐츠를 유지하고, 보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비록 회사 사정이 이렇게 되었지만, 크게 실망하지 않거나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회사의 위기가 나에게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개발자로서 해보고 싶은 것을 제대로 해본 적이 있는가 묻는다면 당당히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막연히 생각했던 것을 실행에 옮긴다는 것은 생각처럼 오래 걸리지 않았다.
팀 프로젝트 중심에서 혼자서 전환하는 과정에서 번거로운 것은 과감히 도려냈다. 그저 빨리 개발해서 마켓에 올리고 싶은 마음만 앞섰다. 그러나 클리커 개발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했다.
정작 게임의 골격은 상대적으로 빠른 시간에 완성되었지만, 콘텐츠를 보강하면서 살을 붙이는 데 애를 먹었다. 당연히 경험 미숙이다. 이러한 장르를 해본 적이 없었던터라 과거 게임업계에 입문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악착같이 버텼다.
게임에 적용할 광고 상품이나 인앱 결제로 직접 할 수밖에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어느 누구도 대신 해줄 사람이 없었던 탓에 모든 것을 하나씩 해볼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여신전쟁의 리소스를 활용, 이전과 다른 느낌의 클리커를 선보일 수 있었다.
처음에는 새롭고 신선한 게임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생각만 강했다. 적어도 국내의 모바일 게임을 논할 때 클리커가 정점을 찍은 상태라 새롭다는 느낌만 준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억지로 끼워 넣는 콘텐츠와 시스템은 게임의 기본적인 재미까지 해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그때 속칭 게임을 엎었다. 기존 게임과 비교했을 때 돋보이기 위한 장치를 인위적으로 추가했을 때 악영향이 컸고, 이를 방치하면 정작 원래 만들고 싶었던 것과 거리가 멀어지는 느낌이 강해졌다.
결국 기본으로 돌아갔다. 그나마 현재 빌드도 예전에 고민했던 흔적이 남아있다. 예를 들면, 소울 보드(일종의 스탯 투자 시스템)와 코스튬 시스템이 그러한 흔적들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곁가지에 불과할 뿐 클리커의 기본, 환생은 무조건 빨라야 한다는 것만 기억했다.
게임을 설치하고 실행해서 접속을 끊을 때까지 처음으로 환생할 수 있다면 승부를 걸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클리커의 쉬움만 보고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이러한 기조는 아직도 변하지 않았다.
아까 말했던 프로젝트를 도중에 엎었던 이유 중의 하나가 클리커의 쉬움과 RPG의 어려움을 녹이는 과정에서 콘텐츠나 시스템이 충돌했다. 자칫 잘못하면 둘 중의 하나도 제대로 어필할 수 없는 계륵으로 전락하는 상황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탭 소울도 재미있다와 재미없다고 평가받기 이전에 유저에게 호기심과 매력을 제공할 수 없다면 가능성이 없다는 생각뿐이었다. 개발자로서 자신이 만든 게임을 냉정하게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제일 슬프다.
개발 도중에 관대한 시선으로 탭 소울을 지켜봤을 때 '이 정도면 됐다!'는 생각은 방심 그 자체였다. '이 상태라면 출시와 동시에 불꽃처럼 사라질 수 있다'는 냉정한 시선과 현실만 생각했다.
개발자로서 살아가면서 기회는 절대로 길을 가다가 줍는 개념이 아니다. 철저하게 자신이 만든 게임으로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만약 게임을 개발하면서 자신의 게임을 대체할 수 있는 게임이 많다면 폭탄을 안고 출시하는 셈이다.
이렇게 탭 소울은 타이니룸의 라인업이자 나에게 개발자라는 것을 다시 일깨워준 소중한 게임이 됐다.
정동진 기자(jdj@monawa.com)
등록순 최신순 댓글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