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처폰 시절부터 모바일게임 회사에서만 일해 온 판타윙 주승호 대표
# 장면 하나. 21세기 최고의 FPS '카운터 스트라이크'를 만든 '민리'가 최근 펄어비스에 합류했다.
# 장면 둘. 2013년 출시된 '플래피 버드'는 시간 때우기 게임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모았다.
두 장면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아무 관련성이 없어 보이지만, 정답은 "베트남"이다.
카스의 아버지라 불리는 '민 리'는 베트남계 캐나다인이고, 플래피 버드를 만든 '응우옌하동'은 베트남 개발자다.
고작 두 사람의 사례로 '베트남인에겐 '흥행 게임의 DNA'가 있다고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러나 판타윙의 주승호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체로 수긍이 간다.
피처폰 시절을 거쳐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서 이미 10여년간 잔뼈가 굵은 주 대표가 설립한 판타윙은 베트남게임 전문 퍼블리셔를 표방한다.
"우리가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있는 사이에 베트남의 게임 개발력은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높은 퀄리티와 재미를 가진 게임을 마켓에서 발견하고 연락해보면, 베트남일 경우가 많았다"고 주 대표는 말한다.
소규모 퍼블리셔 입장에선 중국이나 일본 등 소위 말하는 메이저 시장에서 게임을 소싱하기는 힘이 부치는 일이었다. 판타윙은 한마디로 가성비(?) 좋은 베트남 게임에 집중했다. 여기에 어느 나라 개발사보다 성실하고 피드백이 빠른 장점도 덤으로 작용했다. 스타트업의 열정이 베트남 개발사에는 가득했다.
▲ MMOSNG 장르의 '스카이 아일랜드'는 특히 여성 유저들에게 호평중이다
판타윙 스탭들은 이전 회사에서 글로벌 소싱 경험이 풍부했다. 이들은 글로벌 시장엔 출시했지만, 한국 시장 진출을 주저하는 회사들을 타겟으로 삼았다.
그 결과, '스카이 아일랜드'라는 여성향 SNG를 얼마 전 국내 시장에 성공적으로 론칭했다.
주승호 대표는 "스카이 아일랜드는 굳이 베트남 게임이라고 말하지 않으면, 누구도 알 수 없을 만큼 퀄리티가 높다"며, 동남아시아에서 만들어진 게임을 우습게 보는 편견을 없앨 때가 왔다고 덧붙였다.
베트남에서 개발사 창업을 하는 인재들은 대부분 '슈퍼셀'같은 해외 유명 기업에서 개발 경험을 쌓고, 글로벌 시장에 론칭도 해 본 숨은 실력자가 많다고 한다. 주 대표는 "그들은 애초에 내수(베트남) 시장엔 관심이 없고, 영어권이나 중화권 시장을 연구하고 공략한다"고 말한다.
판타윙이 올 여름 국내 출시할 예정인 대작 타이틀은 베트남산 게임의 화룡점정을 찍는다. 이미 글로벌엔 출시돼 검증받은 이 게임도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지만 아직은 비밀"이라고 한다.
판타윙은 내친 김에 베트남 뿐 아니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같은 동유럽권 게임도 준비중이다.
주 대표는 "이제 게임은 어느나라에서 만들었느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im4g@monawa.com)
등록순 최신순 댓글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