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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동진
  • 정동진 등록일(수정) : 2017-04-19 15:36:00
  • [MOBILE] [기획] 안녕하세요, 저는 13년 차 개발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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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리뷰 제목으로 등장했던 '엇갈린 1%의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기억한다면 게임을 대상으로 한 칭찬 일색보다 소수 의견에 집중, 게임의 핵심을 파고들었다. 그러나 애초 기획은 업계의 현실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정식으로 기사로 내보낼 수 없는 현실을 빗대 테스트를 진행했던 게임으로 접근했다.

즉 엇갈린 1%의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업계의 불편한 진실을 접근하고자 2년 가까이 취재를 진행했으며, 개발자 모임에 참석하면서 인터뷰와 기사로 나갈 수 없는 부스러기까지 수집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말이 길었다. 누군가의 자화상이자 업계의 이면을 되짚어보는 시간이 올 것으로 생각하며, 그동안 취재하는 과정에서 동의하에 녹음했던 썰을 지금 풀어내고자 한다.

* 인터뷰에 언급된 회사와 게임은 철저하게 익명으로 표기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는 업계의 현실과 거울처럼 마주하고자 기획, 날 것 그대로의 썰을 글로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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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13년 차 개발자입니다(부제 이그니션의 시작)

"정기자 나 어제부터 쫑났어, 폐업 신고도 했고, 이제 남은 건 개발하다 멈춘 프로토타입인데 시간 되면 소주 한 잔만 사주라!"

평소에 연락을 못 하고 있던 개발자에게 한 통의 문자가 왔다. 기자에게 취재차 출입했던 회사가 없어진다는 것은 명절때 고향에 내려갈 수 없는 현실과 비슷했다.

그를 만난 건 사당역 인근 후미진 커피숍이었다. 담배를 피우고 있었던 뒷모습만 보고, 어깨를 두들기면서 '대표님 무슨 일입니까?'라고 묻자 '그냥 답답해서 문자했어!'라는 한숨 섞인 대답이 돌아왔다.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대표는 어엿한 개발사의 대표가 아니라 게임회사에 다니면서 취미로 게임을 개발하던 평범한 개발자다. 폐업은 서비스 종료를 의미하며, 프로토타입은 프리덤과 환불 크리가 터진 게임을 지칭한 일종의 은어였다.

그는 게임업계에 입문할 때 흔히 말하는 전산과 출신으로 병특과 비트 컴퓨터를 저울질하던 일명 프로그래머였다. 지금까지 경력은 PC 온라인, 그것도 MMORPG 개발만 10년이 넘었음에도 정작 라이브를 경험하지 못한 개발자 중 한 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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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국내 인디씬의 평범한 인디 게임으로 인터뷰를 진행했을 때 그에게 받은 명함은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온라인 게임 개발팀의 일원이었다. 인터뷰를 진행할 때 실명과 사진을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만났고, 정작 인터뷰했던 약속도 점심시간 이후에 반차를 내고 온 직장인의 모습이었다.

"지금까지 개발 짬밥이 10년이 넘었는데 내 이름으로 게임 개발, 입봉한 적이 없었던 것이 한이 맺혀서 게임 한 번 마켓에 올렸습니다."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에 자기 이름으로 게임 한 번 올려보겠다는 일념 하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그의 트라우마를 조금씩 알게 되면서 한편으로 씁쓸했다.

"경력과 실력은 꼭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요즘들어 많이 느끼네요."

이 말을 들었을 때 그는 남부럽지 않은 회사의 인하우스 스튜디오였음에도 도대체 한이 무엇인가 궁금했다. 그의 말에 의하면 다음과 같다.

"요즘 들어오는 뉴비는 각종 교재와 인강으로 유니티는 독학하고 들어오더라고...근데 나는 PM으로 그들을 통제하고, 업무를 지시해야 하는데 정작 실무자들이 하는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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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옥상에서 담배를 피울 때 '앞에서는 멘토, 뒤에서는 꼰대'라는 말을 듣는 순간 참담했다고 한숨을 쉬었던 그의 바람은 단 하나 책보면서 예제를 응용해서 게임을 올려보겠다는 생각 뿐이라고 설명했다.

PC 온라인 게임 전성 시대에서 스마트 폰이라는 플랫폼이 생겼을 때만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아니 세상에 게임은 해상도가 좋은 모니터나 사양이 좋은 PC에서 게임을 돌려야지, 이 조그만 폰에서 돌려서 뭐하게...

이러한 그의 알량한 자존심은 회사 차원에서 진행된 체질 개선 작업에서 졸지에 주홍글씨가 찍히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사내 게시판에 '실력자라면 경력이 아니라 능력을 증명해야지, 스마트 폰 게임을 무시하는 사람이 수장으로 있으면 회사 참 잘 돌아가겠네요. 이 회사 참 사람 볼 줄 모르네'라는 글에 동조하는 직원들이 많았다는 사실에 놀랐다.

나름대로 게임업계에 입문해서 통밥으로 버텨온 자존심이 일순간 무너졌다. 뉴비들이 보기에 꼰대라는 것이 게임 개발만 할 줄 알았지, 정작 라이브 경험이 없는 속칭 이빨만 터는 개발자로 전락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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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서점에 달려가서 언리얼, 유니티, 코코스, 아나키 엔진 관련 책을 사서 예제라도 외워야겠다는 생각만 있었다. 클리앙, 안드로이드펍, PHP 스쿨, 인디터, 스마게, 인디라 등에 올라온 글이라도 꼼꼼히 읽어보면서 개발하면서 시행착오를 줄이는 최선이라 생각했다.

그 당시 그는 본격적인 생존 게임을 시작했고, 자신도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라도 하지 않으면 구조 조정 0순위로 찍힐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었다. 

"개발자로서 자존심은 개뿔. 3개월 안에 나도 개발자로 입봉한다!"

그러나 그의 첫수는 입봉을 가장한 카피캣이었으니....

2부로 이어집니다.


정동진 기자(jdj@mo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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