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에 출시된 36세 김민정(정말 개발사 이름 맞아요 ㅠㅠ)의 자고 일어나니 번뇌가 넷 2. 이번에 출시된 2의 존재로 국내 인디씬에서 괴작 전문 개발팀으로 통하는 36세 김민정의 일명 '자고 일어나니 트릴로지'가 완성됐다.
자고 일어나니 다리가 넷에서 이어진 B급 감성은 자고 일어나니 번뇌가 넷에서 업그레이드되어 이번 작품에서 정점을 찍었다는 평이다.
리뷰 시작에 앞서 절대로 이 게임을 이해하려 들지 마라. 아무런 생각없이 플레이할 수 있는 투버튼 게임이라는 것만 기억한다면 이어폰을 착용하고, B급 뽕짝 메들리와 함께 천천히 게임을 음미하는 것을 추천한다.
게임 방식은 전작과 같다. 화면에 등장하는 모스 부호를 적당한 타이밍에 입력, 최고 점수와 함께 당근을 열심히 모으는 것이다. 본격적인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들리는 '지구인들아 나에게 번뇌를 보내줘'라는 구호와 함께 힘차게 전진, 플레이를 이어간다.
스테이지를 거듭할수록 자고라니(게임의 캐릭터)를 압박하는 장벽이 화면의 좌우에서 등장하고, 실패하면 파리가 파리채와 하이파이브를 하는 것처럼 저 멀리 우주로 사라진다.
의외의 게임 방식이라 쉽게 간단한 게임이라 개발사는 강조하지만, 실제 플레이는 생각처럼 쉽지 않다. 후반으로 갈수록 화면을 조여오는 압박감이 상당한 데 이어폰이나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싼티나는 배경음악으로 긴장을 늦추는 것은 정말 신의 한 수다.
또 의도하지 않은 시스템이라 생각하겠지만, 배경음악은 집중력을 방해하는 사악한 악동처럼 느껴진다. 분명 긴장한 상태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는 순간에 김 빠지는 음악을 들을 때마다 저 멀리 당근 없어지는 소리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또한 이전처럼 RPG 요소를 적당히 녹여내 당근으로 자고라니의 외형을 바꿀 수 있는 시스템으로 게임의 방향을 설정했다. 흔히 말하는 병맛 게임이 단박에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것은 사실이나 이를 발판으로 제 2의 이슈로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자고 일어나니 번뇌가 넷 2의 재미는 휘발성이 강한 편이다. 플레이 초반에 느끼는 재미의 강도는 플레이 경험에 비례해서 약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채택한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반면에 게임 외적인 측면에서 이 게임의 존재는 국내 인디씬에서 의미 있는 프로젝트다. 게임 자체는 가벼운 웃음을 유도하지만, 개발 과정이나 개발사가 추구하는 방향은 여느 게임사보다 진지하며 울림이 크다.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리뷰로 소개하는 게임 중 '대체 불가' 항목에서 만점을 기록한 게임이라는 점과 국내 인디씬에서 괴작의 반열에 드는 몇 안 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준다.
이러한 게임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히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정동진 기자(jdj@mo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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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자고 일어나니 번뇌가 넷 2 개발 : 36세 김민정 장르 : 캐주얼 과금 : 무료 / 인앱 결제 지원 : 안드로이드 비고 : 병신년(丙申年)의 마지막 보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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