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가족과 많은 부분이 서로 닮아 있다. 아침 댓바람부터 이게 무슨 뜬금없이 말인가 싶을 것이다.
흔히 게임이란, 놀이의 한 갈래. 흔히 비디오/온라인/모바일 게임을 의미하는 한국과 달리 영미권에서는 스포츠 경기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에 따라 게임은 넓게 봤을 때 스포츠, 테이블탑 게임(보드게임), 비디오 게임으로 구분된다.
게임이란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많은 학자들이 노력했는데 의견이 서로 갈리는데도 불구하고 한 가지 일치하는 것은 게임에는 규칙이 필수라는 것. 규칙이 없다면 놀이가 성립되지 않으며 게임도 불가능하다. 즉 놀이에 규칙을 추가하고 중심화 시킨 것이 게임이다.
이렇듯 게임을 즐기는 유저 입장에서 본 게임은 규칙이 추가 된 놀이라면 산업적인 관점에서 본 게임은 어떨까?
하나의 게임이 시장에 선보여지는 과정에는 보통 2개 회사 조직이 개입된다. 게임의 규칙을 정하고 그것을 실제로 만들어내는 개발사, 또 게임을 만드데 드는 필요한 각종 비용을 투자하고 서비스 하는 역할을 맡는 퍼블리셔.
시장에 나온 게임을 자녀라고 봤을 때 게임을 잉태하고 출산하는 개발사는 어머니, 자녀의 출산과 양육에 자금적인 지원과 도우미 역할을 하는 퍼블리셔는 아버지로 게임은 통상적인 가족의 구성과 서로 닮아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 게임은 가족과 닮아 있다. 그런데? 사랑이 넘치는 어머니와 언제나 듬직한 아버지, 이런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는 자녀. 가정이 화목하기만 하다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시장)은 얽히고 설킨 이해 관계들로 인해 막장 드라마를 방불케 한다.
단적인 예로 자녀가 크게 성공 한 경우, 자녀의 양육권을 사이에 둔 부모의 갈등이 촉발되어 결국 이혼을 포함한 법적 분쟁으로 확대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최근 '오디션'의 유저DB를 사이에 둔 개발사 티쓰리- 퍼블리셔 와이디온라인간 분쟁 상황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유가 어떻든 가족이라는 조직이 와해되는 경우, 가장 큰 피해자는 자녀이다. 부모가 있기에 이 세상에 존재 할 수 있었지만 세상에 나온 이후부터는 다른 친구들과의 관계를 통해 자아를 형성하며 부모와는 별개의 인격체가 되는 것.
게임과 유저가 만나 게임만의 고유한 문화(규칙)가 만들어지는 것을 이러한 자녀의 자아형성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최근의 상황은, 자녀(오디션)와 친구(유저)들이 10년 넘게 동거동락하며 함께 만든 추억(DB)를 이혼을 앞둔 한 자녀의 부모가 법적인 소유/삭제 권리를 주장하며 다툼을 벌이는 모습이다.
8월 31일, 부모가 서로 갈라서기로 정한 날짜 하루 전, 자녀와 자녀의 친구들이 10년동안 소중하게 쌓아 온 추억 노트는 'DEL'키 하나로 한 순간에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김경태 기자(kkt@mo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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