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컴퓨팅 기술 분야의 선두주자인 엔비디아가 슈퍼컴퓨터 ‘다우드나(Doudna)’에 엔비디아 베라 루빈(NVIDIA Vera Rubin) 아키텍처를 제공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 소재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awrence Berkeley National Laboratory)에서 공개한 다우드나는 차세대 과학 혁신을 주도할 슈퍼컴퓨터이다.
이 시스템은 미국의 고성능 컴퓨팅(high-performance computing, HPC) 분야의 선도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중대한 투자이다. 또한, 글로벌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첨단 도구를 연구진들에게 제공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미국 에너지부 장관 크리스 라이트(Chris Wright)는 이날 행사에서 “다우드나는 화학, 물리학, 생물학 전반에 걸친 과학적 발견을 한층 발전시킬 것이다. 그리고 AI는 이 모든 것을 실현하는 힘이다”고 말했다.
‘NERSC-10’이라고도 알려진 다우드나는 노벨상 수상자이자 크리스퍼유전자가위(CRISPR) 분야의 선구자인 제니퍼 다우드나(Jeniffer Doudna)의 이름을 따서 명명됐다. 이 차세대 시스템은 단순히 빠른 속도를 넘어, 과학적 영향력 창출을 위해 설계됐다.
▲ (왼) 노벨상 수상자 겸 CRISPR 선구자 제니퍼 다우드나, (중) 엔비디아 창립자 겸 CEO 젠슨 황, (오) 델 테크놀로지스 수석 부사장 겸 수석 기술 펠로우 폴 페레즈(Paul Perez)
다우드나는 엔비디아 베라 루빈 아키텍처와 델 테크놀로지스(Dell Technologies) 인프라를 기반으로 구동되며, 2026년 가동을 앞두고 있다. 이는 미국 에너지부(DOE)의 가장 시급한 과학적 과제 전반에 걸친 실시간 연구와 발견을 지원하도록 맞춤 설계됐다. 이를 통해 미국 연구진은 중요한 과학적 돌파구를 선도하며, 혁신을 촉진하고 핵심 기술 분야에서의 국가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엔비디아 창립자 겸 CEO인 젠슨 황(Jensen Huang)은 “미국이 이 분야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자랑스럽다. 이러한 투자는 미국을 위한 과학적 발견의 토대일 뿐만 아니라 경제와 기술 리더십의 토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제니퍼 다우드나는 “이 자리에 서게 돼 매우 영광이다. 나의 이름을 딴 슈퍼컴퓨터가 탄생하게 된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고 기쁘다. 오늘날 생물학은 매우 흥미로운 전환점에 와 있다. 다양한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국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혁신적 발견을 가속화하도록 설계된 ‘다우드나’
전통적인 슈퍼컴퓨터 시스템이 독립된 구조로 작동하는 것과 달리, 다우드나는 시뮬레이션, 데이터, AI를 하나의 원활한 플랫폼으로 통합한다.
NERSC의 이사 수딥 도산지(Sudip Dosanjh)는 “다우드나는 광범위한 과학 워크플로우를 가속화하도록 설계된 슈퍼컴퓨터다. 이는 미국 에너지 사이언스 네트워크(Energy Sciences Network, ESnet)를 통해 DOE 산하의 실험과 관측 시설에 연결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과학자들은 미국 전역에서 데이터를 원활하게 스트리밍하고,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시스템은 1만 1천여 명 이상의 연구원들에게 거의 즉각적인 응답성과 통합된 워크플로우를 제공하도록 설계됐다. 이는 과학자들이 보다 복잡한 문제를 탐구하고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해답에 도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NERSC의 첨단 기술 그룹 책임자이자 다우드나 수석 아키텍트인 닉 라이트(Nick Wright)는 “우리는 단순히 더 빠른 컴퓨터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연구자들이 더 크게 생각하고 더 빨리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닉 라이트가 밝힌 다우드나의 발전 방향은 다음과 같다.
핵융합 에너지: 청정 핵융합 에너지를 실현하는 획기적인 시뮬레이션
재료 과학: 새로운 종류의 초전도 재료를 설계하는 AI 모델
신약 개발 가속화: 생물학자들이 팬데믹에 대응할 수 있을 만큼 빠르게 단백질을 폴딩할 수 있도록 돕는 초고속 워크플로우
천문학: 키트 피크(Kitt Peak) 천문대에 설치된 암흑 에너지 분광 장비(Dark Energy Spectroscopic Instrument, DESI)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해 과학자들의 우주 지도화 작업 지원
다우드나는 이전 모델인 펄머터(Perlmutter)보다 10배 이상의 과학적 성과를 내면서도 2~3배의 전력만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칩 설계, 동적 부하 분산, 시스템 수준 효율성의 혁신으로 와트당 성능이 3~5배 향상됐기 때문이다.
AI 기반의 대규모 발견
다우드나는 미국 내 영향력이 큰 과학 분야에서 AI 기반 혁신을 촉진할 것이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단백질 설계를 위한 AI: 2024년 노벨상 수상자인 데이비드 베이커(David Baker)는 AI를 활용해 새로운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연구를 수행했으며, 해당 연구에는 NERSC 시스템이 활용됐다. 이 접근법은 생명과학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난제 해결에 기여하고 있다.
기초 물리학을 위한 AI: 벤자민 나흐만(Benjamin Nachman)과 같은 연구자들은 입자 물리학 데이터에서 검출기 왜곡을 “역산(unfold)”하고, 전자 양성자 충돌기의 양성자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AI를 사용하고 있다.
재료 과학을 위한 AI: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와 메타(Meta) 등이 참여한 공동 연구팀은 ‘오픈 몰리큘스 2025(Open Molecules 2025)’라는 데이터세트를 구축했다. 이는 AI를 사용해 복잡한 분자 화학 반응을 정밀하게 모델링하는 데 사용되며, 해당 연구팀은 NERSC를 기반으로 AI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실시간 과학, 실질적 영향력
다우드나는 독립형 시스템이 아닌 과학 연구 워크플로우의 핵심 구성 요소이다. DOE의 ESnet은 지연 시간이 짧고 처리량이 높은 엔비디아 퀀텀-X800 인피니밴드(Quantum-X800 InfiniBand) 네트워킹을 통해 망원경, 검출기, 게놈 시퀀서의 데이터를 다우드나로 직접 전송한다.
이 중요한 데이터 흐름은 지능형 서비스 품질 메커니즘에 의해 우선순위가 지정되므로 입력부터 인사이트까지 빠르고 중단 없이 처리가 가능하다.
이를 통해 시스템의 응답성이 놀라울 정도로 향상된다. 예를 들어, DIII-D 국가 핵융합 점화 시설에서는 제어실에서 발생하는 이벤트를 다우드나로 직접 스트리밍해 신속한 플라즈마 모델링을 수행하고, 과학자들이 실시간으로 실험을 조정할 수 있게 된다.
라이트는 “예전에는 슈퍼컴퓨터를 실험실 한쪽에 놓인 수동적인 존재로 여겼다. 하지만 이제는 실험, 망원경, 검출기와 연결된 전체 워크플로우의 구성요소가 됐다"고 말했다.
미래를 위한 플랫폼: 양자와 HPC 워크플로우 활용하기
다우드나는 전통적인 HPC, 최첨단 AI, 실시간 스트리밍, 심지어 양자 워크플로우까지 폭넓게 지원한다.
▲암흑 에너지 분광 장비(DESI)가 설치될 키트 피크 천문대의 메이올 4미터 망원경(Mayall 4-Meter Telescope)
여기에는 확장 가능한 양자 알고리즘 개발과 엔비디아 쿠다-Q(CUDA-Q)와 같은 플랫폼을 활용한 차세대 양자-HPC 통합 시스템의 공동 설계까지 포함된다.
이러한 모든 워크플로우는 차세대 엔비디아 베라 루빈 플랫폼에서 실행되며, 이는 고성능 CPU와 코히어런트 GPU를 결합한다. 이는 모든 프로세서가 데이터에 직접 접근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가장 까다로운 과학적 연산을 처리할 수 있게 한다.
연구자들은 이미 파이토치(PyTorch), 엔비디아 홀로스캔(Holoscan)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 텐서플로우(TensorFlow), 엔비디아 cuDNN, 엔비디아 쿠다-Q와 같은 프레임워크를 사용해 전체 파이프라인을 다우드나에 포팅하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도구는 루빈 GPU와 엔비디아 NV링크(NVLink) 아키텍처에 최적화돼 있다.
이미 20개 이상의 연구팀이 NERSC 과학 가속화 프로그램(Science Acceleration Program)을 통해 전체 워크플로우를 다우드나로 포팅해 기후 모델부터 입자 물리학까지 다양한 분야의 과제를 해결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연산 성능을 넘어서, 아이디어에서 인사이트까지 통합된 과학적 발견의 여정을 의미한다.
가속화된 연구를 위한 설계
지난해 AI 기반 과학 연구는 두 개의 노벨상을 받았다. 기후 연구부터 팬데믹 대응에 이르기까지, 다음 혁신은 더 나은 인프라가 갖춰지기를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2026년 가동 예정인 다우드나는 가속화된 과학의 새로운 시대를 이끌 준비가 돼있다. 미국 페르미 국립 가속기연구소(Fermilab)에서 합동게놈연구소(Joint Genome Institute, JGI)에 이르기까지 미국 전역의 DOE 산하 시설들은 오늘의 질문을 내일의 혁신으로 전환하기 위해 다우드나를 활용할 것이다.
라이트는 “이 시스템은 특정 분야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화학, 물리학, 그리고 아직 상상하지 못한 분야를 아우르는 ‘발견’을 위한 시스템이다”고 말했다.
CEO 젠슨 황은 “다우드나는 과학을 위한 타임머신이다. 수년에 걸친 발견을 단 며칠로 압축하고,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들에 필요한 힘을 실어준다”고 말했다.
등록순 최신순 댓글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