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헝그리앱에서도 포켓몬을 잡기 위해 속초를 향하기로 했다. "그런데 나는 왜?" 사실 필자가 가진 포켓몬 지식은 인터넷에 떠도는 짤방으로 습득한 것이 전부다. 사실은 로켓단이 매우 착한 녀석들이라거나, 로사는 머리를 풀면 엄청나게 예쁘다는 것 정도? 그런데 어쩌다보니 속초행 운전대를 붙잡게 됐는데. 한 명의 포덕과 한 명의 일반인이 함께한 속초행. 지금까지 포켓몬과 담을 쌓고 살아온 필자도 포덕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서울을 벗어나 3시간 째. 특별한 변화는 없었다. 아직 속초까지는 한참 남았음에도 조수석에 앉은 동료는 애타는 표정으로 포켓몬 GO를 계속 껐다 켰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잠시 후, 인제/신남을 알리는 표지판이 나타나자 두 사람은 "이히히! 인제(이제) 신남!" 이라 낄낄대며 서로가 30대를 넘은 아재임을 새삼 재확인했다.
38대교를 건너 원통을 지나 저 멀리 풍차가 보이기 시작한 시점에, 옆자리에서 "떳다!"라는 외침이 들렸다. 속초가 가까워지자 슬슬 포켓몬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심지어 최초로 포획한 포켓몬은 차 안 조수석에서 발견됐다. 그토록 애타게 찾아 헤맨 포켓몬은 바로 근처에 있었던 것이다!
간이 휴게소에 잠시 차를 세우자 포덕 동료는 스마트폰을 들고 차에서 내려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지금 이 순간 속초에서 수많은 유저들이 하고 있을 그 자세를 취하면서 말이다. 그 순서는 아래와 같다.
1.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며 전진한다.
2.갑자기 멈춰서서 스마트폰을 정면으로 들어올린다.
3.천천히 시계방향으로 회전한다.
4.회전을 멈추고 반대쪽 손의 검지손가락을 화면에 가져다댄다.
5.손가락을 위로 밀어 올린 후 포획 성공 포즈를 취한다.
속초에 도착해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속초 해수욕장이었다. 해변을 한 바퀴 돌아보니 포켓몬 유저처럼 보이는 행인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어떻게 찾았냐고? 전부 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었거든.
연령층도 다양했다. 중학생처럼 보이는 유저가 있는가 하면, 딸과 함께 포켓몬을 포획 중인 부부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비록 적극적으로 말을 섞지는 않았으나, 서로의 모습을 슬쩍 바라보며 지나치는 그 모습에서 나름의 동료애가 느껴졌다.
속초 주민들은 뜻밖의 관광객에 반가워하는 눈치였다. 속초 시청 공식 페이스북은 오늘 하루 만에 일주일 방문자 수의 5배 이상을 기록했다. 이날 속초시청 페이스북에는 무료 와이파이 지도 사진이 등록됐다. 속초에 있는 한 모텔에서는 '모텔 근처에서 포켓몬을 포획해 인증하면 무료 숙박권을 제공한다'는 공고를 올리기도 했다.
대체 포켓몬 GO가 어떤 게임이길래 이토록 많은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걸까? 이유는 간단했다. 대부분의 유저들이 들려준 공통된 답변. 바로 '좋아하는 포켓몬을 실제로 수집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7월 13일 오후, '48시간 이내에 아시아 서비스를 진행할 수도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많은 유저들이 환호를 보냈다. 그러나 한 유저가 포켓몬 GO 고객센터에 문의한 결과 '한국은 아시아 서비스에서 제외되며, 서비스를 오픈하기 위해 한국 정보와 조율하고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포켓몬 유저들의 속초행은 당분간 계속될 듯하다. 지도조차 제대로 표시되지 않는 게임 화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포켓몬을 찾아다니는 열성적인 한국 유저들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한국 서비스가 진행되기를 바란다. 매운탕 집 바닥에서 발견된 크랩을 슬쩍 몬스터볼에 집어넣으며, 속초행 첫날의 소식은 여기서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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