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성 변호사
이들 중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밤늦게 소집되어 버스에 타라는 요구를 받고 탔다는 겁니다. 특히 대령들은 상관인 장군들이 급한 연락을 받지 않아 대신 소집된 것에 불과하다고, 매우 억울해한다고 합니다.
사정은 알겠습니다. 전 이들의 주장을 100% 신뢰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사실도 있겠죠. 그러나 이들에 대해 불이익을 주는 것은 당연합니다. 해야 합니다. 그래야 다시는 군이 내란에 협조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명확하지 않은 것 같던데요, 미국은 공무원이나 군의 충성 대상이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습니다. 미국 군대는 대통령이나 지휘권자가 아니라 미국 헌법에 충성합니다. 최종적인 충성대상이 헌법이기 때문에 헌법에 위반되는 명령은 거부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의 명령이라도 말이죠.
우리도 헌법에 충성하는 게 맞습니다. 그 어떤 명령도 헌법을 위반할 수 없고, 국민을 배반할 수 없습니다. 그게 대통령의 명령이라도 말이죠. 이 원칙이 제대로 관철되기 위해서는 헌법을 제대로 가르쳐야 하고, 뭐가 위헌적인 것인지 명확히 알고 있어야 하고, 어떤 명령이든 스스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이 버스에 탔던 사람들은 모두 군 최고위 간부들입니다. 헌법에 충성하지 못했다면 그것만으로도 불이익을 받기에 충분합니다. 지휘하는 부대에서 사고 하나 터져도 이른바 지휘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게 여기면서, 훨씬 중대한 사안인 위헌적인 명령에 따른 것에 대해서는 억울해한다면, 그건 아직도 대한민국 국군의 충성 대상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의미입니다.
하나만 더 말하면 말입니다.
만약 당시 상황이 내란이라는 것을 알고 탔다면, 그건 단순한 인사불이익 사안이 아니라 내란 공범이 되는 범죄입니다. 그걸 모르고 탔을 거라고 생각해줬기 때문에 인사불이익 정도로 끝나는 겁니다. 이건 알아두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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